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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유감 4(되도록이면 19금)
게시물ID : lovestory_89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7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1/09 11: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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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아폴로 유감 (4)


 나는 용기를 내 과장에게 그뇨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욕 한 바가지였다.
 “일마 이거 윗기는 놈이네. 지금이 어느 땐데 사랑타령이고 임마? 임마, 사랑이 밥 믹에주나? 사랑이 밥 믹에주나 말이다, 임마. 내 니 후배라꼬, 지대로 키와줄라꼬 이 기안 전무님께 특별히 말씀 드리가 니인테 맽깄다. 그라고 전무님 니하고 같은 고향 사람이데. 이번 일만 잘하머 니너 팍팍 크는 기야. 내 봐라. 빽 엄꼬 기회 엄써가 이 나이에 게꼬 과장이나 하고 있다. 니 이래 살구 젚나? 니 이번 기안 빵꾸 내가 전무님인테 찍헤뿌머 내 정도가 아이야. 니너 회사 고만두든강 현장 내려가야 돼. 무슨 뜻인동 알제? 니 우리 회사만한 데 엄따아. 그 가스나집이 얼매나 잘 사는지 몰래도 니 여기서 컷뿌머 그런 쫄부너 새발의 피야. 니, 크고 나 봐라. 팔딱팔딱 뛰는 여자들 나라비로 줄 서는 기야. 그때 입맛대로 찍기마 찍으머 돼. 눈앞마 보지 말고 미래를 보라 말이다, 임마. 지난번 꺼도 그 가스나가 대가리 속에 꽉 차 있으이 그따구지. 그런 씨잘떼기 엄는 데 신경쓰지 말고 기안이나 지대로 짜, 임마!”
 과장의 훈계를 듣고 있으니 더욱 그뇨가 그리웠다. 그뇨는 과장의 말처럼 골라 찍을 수 있는 그런 뇨자가 아니었다. 그리움이 가슴을 찢어발길 것 같았다. 나는 직장보다 그뇨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직서를 써 과장에게 안겼다. 예정된 시일 안에 기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큰소리와 함께. 그리고 밤차를 타고 그뇨에게 달려갔다.
 새벽같이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누라요?”
 인터폰으로 흘러나온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뇨의 아버지였다. 나는 공손하게 말했다.
 “장인어른요, 낭만입니더! 미희 만나러 왔심더!”
 “일마가 이기 미칬나? 내 니 장인 안한다 캤제? 그라고 미희너 인자 니 안 만낸다 칸대이! 니 죽기 싫브머 퍼떡 사라지그래이!”
 “일단 미희 만내가 이야기 드리겠심더! 문 쫌 열어주이소!"
 “일마 이거 죽어봐야 맛을 알라 카나?”
 그리고 찰칵 끊어졌다. 잠시 후 쪽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나왔다. 그뇨 아버지의 자가용 운전기사였다. 질릴 만큼 덩치도 크고, 험상궂게 생긴 40대 아저씨였다.
 “회장임 나오시머 절딴 납니대이. 빨리 가이소!”
 회장님? 아, 띠바! 그뇨의 아버지는 무슨 낚시회의 회장이었던 것이다.
 운전기사는 인상과 달리 막 나오지는 않았다. 남녀의 일이란 알 수가 없어서 만약에 내가 그뇨와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자기는 조땔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계산한 듯 했다.
 “일단 쫌 들어갑시더!”
 나는 쪽문을 막고 선 운전기사를 세차게 밀치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운전기사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않고 서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떠밀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ㅇㅇ를 위한 내공연마에만 힘 썼지 무공의 연마에는 전혀 힘 쓰지 않은 걸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내공연마할 때 잠깐씩 짬을 내 무공도 연마했다면 운전기사 정도는 장풍 한방에 날려버렸을 것이었다.
 “하이튼 회장임 곧 출근하시니까 알아서 하소!”
 운전기사는 그러고는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눈치로 보아 그뇨가 집에 있는 건 확실했다. 나는 한참을 더 초인종을 눌러댔다. 그러다가 대문이 부서져라 흔들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라도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담장을 올려다보았다. 담은 높지 않으나 담장 위에는 가시철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전에도 보고 웃고 말았던 담벼락에 검은 색 페인트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완전무시하고 삐뚤빼뚤 커다랗게 써놓은 ‘고압주이!!감전백푸로보장!도독놈니담넘따가뒤져도내모린대이!’가 나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그뇨의 말에 따르면 정말 전류가 흐른다고 했다. 그러다가 정말 사람이라도 죽이면 어쩔 거냐고, 무서워 죽겠다고 했다. 소리나는 대로 쓴 것 보라며 자기 아버지는 자신이 무식한지도 모른다고 흉 보던 기억도 났다. 나는 또 후회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무공연마에 힘 쓰지 않은 게 한이었다. 저런 담장 쯤은 가볍게 뛰어넘어야 되는 거 아닌가 말이다.
 발만 동동 구르던 시간이 두 시간은 족히 되었을 것이었다. 차고에서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뇨의 아버지가 출근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잽싸게 달려가 차고 앞에 꿇어앉았다. 이윽고 셔터가 올라가며 까만 세단이 나오다가 멎더니 뒷자리에서 그뇨의 아버지가 튀어나와 내 멱살을 잡았다. 예상했던 대로 젊을 때 싸움 좀 했을 사람이었다.
 “일마가 뒤질라꼬 환정했나?”
 “장인어른요, 미희 쫌 만나게 해주이소!”
 나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뇨의 아버지는 씩씩거리며 주먹을 부르쥐고 떨기만 할뿐 나에게 펀치를 날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운전기사를 불러내렸다.
 “김기사, 내리라! 내 저노무시키 찡가 직이뿌고 사형 당할란다!”
 길길이 날뛰는 그뇨의 아버지를 운전기사가 말렸다.
 “회장임요, 마 참으시소! 이라시머 안됩니더!”
 “니 말리지 마래이! 니 모가지 되고 싶나?”
 “회장임, 운전도 몬하시잖습니꺼?”
 “개안타! 사람 직이는 운전도 몬하까바.”
 이게 무슨 소린가! 운전도 못하다니!
 덜덜 떨리는 몸을 감추기 위해 나는 어금니를 앙다물고 눈을 꽉 감았다. 그뇨의 아버지가 씩씩거리며 운전석에 오르는 소리를 듣고서도 나는 고개를 숙인채 꿇어앉아 있었다. 설쳐대는 품으로 봐서는 정말 밀어버릴 것도 같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판사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뇨 없는 세상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뇨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담판에서 내가 이기면 그뇨의 아빠가 마음을 돌릴 수도 있을 거라는 계산도 재빨리 했다.
 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정없이 나를 향해 달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끼이익!’ 고막을 찢을 듯한 브레이크 잡히는 소리에 나는 잠시 정신을 잃었나 보았다. 다시 차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마 이거 간띠는 동띠기 크네. 그래도 우리 미희너 안되는 기라!”
 조금 전과 달리 그뇨 아버지의 음성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간이 크다 할만 했다. 범퍼가 내 턱 밑에 있고, 허벅지는 그 밑에 들어가 있었다. 잠시동안 정신을 잃었기에 망정이지 제 정신이었다면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거나 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김기사, 일마 이거 절로 치아라. 출근해야 될 거 아이가.”
 그뇨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전기사에게 달랑 들린 나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저만치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좀 뚱뚱했으면 그렇게 쉽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나는 또 날씬한 자신을 저주했다.
 차는 연기를 내뿜고 떠나버리고 나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시 전의를 가다듬은 나는 초인종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역시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한참 후에는 전원을 내려버렸는지 초인종도 되지 않았다.
 방법을 바꿔 대문을 흔들며 그뇨를 목청껏 불러댔다. 목은 이내 잠겨왔다. 다시 방법을 바꿔 대문만 흔들다가 그것도 지쳐 그냥 길에 퍼질러 앉았다. 그래도 무정한 그뇨는 나와주지 않았다.
 참을 수 없도록 배가 고파왔다. 점심 때도 훨씬 지난 시각이었다. 식당을 찾아 허기를 달래고 돌아온 나는 잠시 대문을 두드렸다. 내가 아직 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그뇨에게 전하는 의미였다. 그후로 나는 가끔씩 대문을 두드리며 그뇨가 나타나 주기를 기다렸다.
 내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날은 무더워 땀이 쏟아져 내렸다. 손수건을 짜가면서 닦아 내도 망할 놈의 땀은 하염없이 흘러내려 팔뚝에는 꼬질꼬질한 때가 앉기 시작했다. 거기다 밤차에 시달린 탓에 졸음이 쏟아졌다. 앉은 채로 얼마나 잤을까.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가로등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고도 한참을 더 지나서 골목으로 자동차 한 대가 들어섰다. 그뇨의 아버지였다. 나는 얼른 차를 막아섰다.
 그러나 득달같이 내려온 운전기사가 나를 번쩍 들더니 사정없이 내동댕이쳤다. 겨우 몸과 정신을 추슬렀을 때엔 이미 차고의 셔터가 닫히고 난 뒤였다.
 서글펐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다시 식당으로 가서 한 끼를 때우고 신문을 한 아름 구해 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대문을 두드리고 신문을 깔았다. 신문을 덮고 누워있자니 모기가 더욱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날 밤, 그 동네 모기들은 내 피로 포식을 했지 싶다. 그런 중에도 잠은 왔다. 잠깐씩 깼을 때도 나는 대문을 두들겨 그뇨를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시위하기를 잊지 않았다.
 아침이 왔다. 얼굴을 태울 듯한 따가운 햇살에 눈을 떴을 때는 일곱 시가 지나 있었다. 나는 다시 대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뇨의 아버지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다.
 어제보다 출근 시간을 늦췄는지 아홉 시가 다 됐는데도 소식이 없었다. 나를 지치게 만들 작정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나는 이를 앙다물고 대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배가 고파 올 즈음 대문 쪽으로 누가 나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대문 안으로 뛰어들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한편으론 그뇨의 마중이기를 빌면서.

    ㅡ마지막편에 계속됩니더.

https://youtu.be/mBmDg-CNF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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