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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유감 3(되도록이면 19금)
게시물ID : lovestory_891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5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1/08 12: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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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아폴로 유감 (3)


 그뇨에게 나의 누드를 충분히 감상할 시간을 준 뒤, 나는 다시 그뇨의 옷을 벗기려 했다.
 “눈 감아. 내가 벗을 거야!”
 역시 기어들어가는, 또한 열에 들뜬 그뇨의 음성이었다. 나는 기꺼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꽃동굴 점령계획을 세워 나갔다. 나는 그뇨가 바로 멀티 ㅇㅇㅇ에 이르도록 만들고 말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안아줘!”
 이윽고 그뇨의 팔이 내 목을 감싸안았다. 온몸으로 그뇨의 체온이 전해져 왔다. 나는 먼저 그뇨의 몸을 보고 싶었다. 내가 수백 번도 더 상상해 온 아름다움 그 자체일 그뇨의 몸을.
 그런데 눈이, 눈이, 눈이 떠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해도 눈이 떠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안타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결국 눈꺼풀의 힘만으로는 모자라 손가락으로 억지로 눈을 열었다. 제기랄!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눈곱이 두 눈을 강력접착제처럼 봉쇄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눈은 떴지만 한동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사물들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와 거울을 봤을 때, 나는 울고 싶었다. 눈알이 빨간색 물감에 담근 듯 했다.
 망했다! 망하고 말았다! 그뇨가 염려했던 망할 놈의 눈병이 옮아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기다시피 해서 약국을 찾아 안약을 넣으니 시력은 조금 회복되는 것 같았다. 빨간 눈을 가리기 위해 싸구려 선글라스도 사서 꼈다.
 약속한 시각이 급박했다. 어차피 여행은 틀려 먹은 것이었다. 그뇨를 만나야 했다. 무릎을 꿇고 빌더라도 그뇨를 만나야 사태를 수습할 것이 아닌가. 그뇨의 생리를 원망하고, 아폴로 눈병을 옮겨준 친구넘을 원망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허겁지겁 역에 도착하는 순간 떠나는 기차ㅡ그 무정한 기차는 그뇨와 약속한 그 기차였다ㅡ에 나는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역 어느 곳에도 그뇨가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둘이 안 만났어요?”
 그뇨 엄마가 묻는 말이었다.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 그 기차를 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나는 그뇨가 시내에서 갈만한 곳은 다 찾아다니면서 계속 그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하는 수 없었다. 나는 세 시간 여 후, ㅇㅇㅇ산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뇨를 만날 수 있다는 아무런 보장도 없이. 그러나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ㅇㅇㅇ산에 도착한 것은 한밤중이었다. 거기에서도 그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누꼬?”
 위압적인 걸걸한 목소리. 그뇨의 아빠였다. 난 그만 수화기를 놓고 싶었다. 그러나 싸나이 아닌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장인어른요! 미희 쫌 바꿔주시소.”
 “뭐라꼬? 미희 쫌 바까달라꼬? 이 자슥이 사람을 놀리나? 느그뜰 시방 같이 안 있나? 그라고 내가 와 니 장인이고? 니 맘대로 장인이가, 일마야?”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고함소리에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벌써 귀가했어야 할 딸이 같이 간 줄 알았던 넘도 아직 행방을 모른다니 화가 날 만도 했다. 나는 더 절망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더. 찾아뵙고 자세한 이야기 드리겠습니더.”
 “니 우리 미희한테 뭔 일 생기머 죽는대이......”
 그 아저씨의 욕설을 뒤로 하고 나는 민박집이며 텐트가 있는 곳은 모조리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미친넘 취급도 받았고, 젊은 넘들에게 두들겨 맞을 뻔도 했다. 한밤중에 선글라스를 끼고 남의 텐트를 기웃거리고 돌아다녔으니 그렇게 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차라리 미치고 싶었다. 그밤을 그렇게 보내고 다시 그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아직도 그뇨는 행방이 묘연했다.
 날이 밝아 드러난 ㅇㅇㅇ산은 거대했다. 이 산을 언제 다 뒤지나. 막막했다. 혹시 여기에 온 것이 확실하더라도 발 달린 사람이 어딘들 못 가겠는가. 어긋나려면 코 앞에서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여기로 왔다는 보장이 어딨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꺼번에 맥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햇볕은 따가왔다. 젊으나 젊은 넘이 아무데서나 잘 수도 없었다. 혹시라도 길에서 자는 내 모습을 그뇨가 본다면 정말 용서받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방이 쉽게 구해질 리 없었다. 어느 찌그러져가는 민박집의, 혼자서 자면 딱 알맞은 더럽고 냄새나는 방을 웃돈까지 얹어 사정해서 얻었다. 그것도 해지기 전에 나온다는 조건으로.
 나는 이틀을 더 ㅇㅇㅇ산에서 헤맸다. 그래도 그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자살 같은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뇨였지만 혹시 어떻게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도 들었다.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을 만큼 피로가 쌓여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나는 무포로 돌아오고 말았다.
 나는 이틀 가까이 내리 잠만 잤다. 꿈은 끝도 없이 이어져 나는 꿈속에서도 그뇨를 찾아 ㅇㅇㅇ산을 헤매고 다녔다.
 여름휴가는 그렇게 가고 말았다. 나는 서울로 가야 했다. 버스터미널에서 또 그뇨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뇨의 엄마는 숫제 울면서 전화를 받았다. 죽고만 싶었다. 그뇨의 신변에 큰일이 생겼을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일단 출근은 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휴가를 얻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이나 되는 휴가 직후 다시 휴가를 내기가 쉬운가. 그것도 입사 1년도 안된 새파란 쫄따구가.
 어떻게 하면 다시 휴가를 얻을까 핑계를 찾고 있는데 대학 선배인 과장이 불렀다. 휴가가 시작되기 전전날 제출한 기안이 문제였다.
 “야, 이기 뭐꼬? 이기 기안이가? 이기 얼매나 중요한 긴데 이따구로 해와? 임마, 니 어느 학죠 나왔노? 내 다 알고 있었디라마는 휴가 앞에 김 새까바 말 안했다. 당장 다시 해 와!”
 서류는 과장의 손에서 공중분해 되고 있었다. 보름 넘게 머리 싸맨 기안이었다. 다시 짜려면 며칠이 더 걸릴지 몰랐다. 그런 분위기에 휴가를 더 달란 말이 어찌 나오겠는가.
 일을 하면서도 동료들의 눈길을 피해 그뇨의 집에 전화를 계속했다. 다음날이었다. 그뇨의 엄마는 그뇨가 아버지 때문에 이모집으로 피신을 갔다고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살아서 돌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뭔가 꼬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모집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는 내게 그뇨의 엄마는
 “우리 애가 이제 낭만군 만나지 않겠다는군요. 그러니 다시는 전화하지 말아요!”
 찬바람이 확 들이치는 말투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하지 말라니까요!”
 찰칵, 하고 전화는 다시 끊어지고 말았다.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는 수화기를 내려놨는지 계속 통화 중 신호음만 들려왔다. 그렇다고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과장의 눈길이 뒤통수를 후벼파고 있었다.
 다음날도 그뇨와 통화할 수 없었다. 미칠 지경이었다. 책상에 앉아 있기는 해도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기안은 한발짝도 진전이 없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기안이 전무의 최대관심사라며 밤 열 두시까지도 퇴근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과장을 따돌리고 시간을 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ㅡ4편에 계속됩니더.

https://youtu.be/bZ_BoOlAX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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