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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어느새 많이 닮아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91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1/06 19:02:4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kH2a3sT3IS0






1.jpg

나태주좋은 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니

더욱 좋다







2.jpg

한세정물고기의 노래

 

 

 

지금 내 몸을 흔드는 것이

네가 지나간 여정이라면

나는 기꺼이 이곳에서 길을 잃을 텐데

눈빛으로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러 줄 텐데

수초처럼 긴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후렴구처럼 오래오래

네 귀를 쓰다듬어 줄 텐데

 

물살을 끌어안으며

투명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물고기의 노래를 듣는다







3.jpg

길상호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도 이제 허공을 준비해야지

굳어 버린 네 마음의 심장부

파낼 수 있을 만큼 나이테를 그려 봐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 거야

꿈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면

몇 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







4.jpg

장승리보름

 

 

 

설익은 감이 옥상 계단 위로 떨어진다

쿵쿵 누가 누굴 때리는 소리 같다

자고 있던 강아지들이 벌떡 일어나

동시에 짖어댄다

썩은 과즙이 누렇게 변색된 감 주위를

달무리처럼 에워싸고 있다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일까 저 달은

썩는 순간부터 눈부셔지는 달빛을 뭐라고

부르나요 당신은

자고 있던 사람도 벌떡 일어나

컹컹 짖게 만드는

그 옛날 끝없는 계단으로 떨어진

오늘 밤 저 달은

누가 누굴 계속 때리는 소리 같은데







5.jpg

조용숙겸상

 

 

 

수원역 24시간 편의점에서

좀 이른 저녁을 먹는다

밥상 위에 차려진 저녁 메뉴는

컵라면 하나

나보다 조금 먼저 젓가락을 든

노숙자 옆에서 컵라면 포장을 뜯는다

단단히 뭉쳐진 면발을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저어대는 그를 흘깃흘깃 쳐다보며

내 라면에도 뜨거운 물을 붓는다

뜨거운 물에 바로 풀어지는 면발 앞에서

그와 나 사이에 흐르는 냉기를

손바닥에 전해지는 컵의 온기로 녹여낸다

세상에 굽실거리기 싫어

거리에서 혼자 밥 먹는 날이 많았을 그와

아무 데나 함부로 고개 숙이기 싫어

세상 살아가는 일이 불편한 내가

먹으면서 서로 정이 든다는 가족처럼

어느새 많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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