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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들요, 드뎌 위치를 알아냈습니더. 저는 지금 출발합니더. 가서 쩌어그 위에 있는 ‘나이 창고’를 폭파시키고 올랍니더.
이제 벗님들께는 해가 바뀌어도 ‘나이’가 배달되는 일이 없을 것이오니 올해처럼 젊고, 멋지고, 활기차게 사시기 바랍니더.
내년에도 벗님들과 벗님들의 사돈의 팔촌까지 복 많이 받으시고, 강녕하시길 기원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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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세상의 모든 불이 불씨 하나로 시작되듯
가슴 속에 불씨 하나 안은 사람 모여 들면
들불은 아니더라도 모닥불은 되겠죠
내가 그대 사랑하듯 그대 나를 사랑하듯
뜨겁게 타올라서 이 겨울을 이겨내면
아무리 얼어붙어도 마침내 봄 오겠죠
죽은 듯이 엎드렸던 살아 있는 모든 꽃씨
땅이 주는 온기 안고 겨우내 봄 기다리듯
그대여 우리 사랑도 이같으면 좋겠네요
ㅡ재작년에 시조를 쓰시는 분과 렬씨미 메시지를 주고 받은 적이 있는데요(렬씨미라고 하지만 사실은 제가 100통 보내면 답장은 한 두번. ㅠㅠ).
왜 하필이면 쓰기도 훨씬 어렵고 대중선호도도 떨어지는 시조냐고 물었더니 종장의 3•5•4•3이 세상의 어떤 한 구비를 즐겁게 뛰어넘은 기분이 드는 것이 꼭 아편 맞은 것만 같다고 합디더(근데 이분 정말 아편 맞고 있었던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운율을 완성할 때의 쾌감에 그만 중독이 돼 버렸다구요.
저는 시가 너무 좋다고 했고(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더), 그 분은 '작업 거는 거냐?'고 묻고, 저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고, 텍도 없으니 꿈도 꾸지 말라고..... ㅎㅎㅎ.
그런데 갑자기 충동이 일어서 '그래, 시조, 그까이꺼 내 대충 멋지게 함 써주꾸마!' 카면서 시작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쓴 것이 아니라 망치로 억지로 두들겨패서 만든 물건이 돼버렸지요. 제가 보기에도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더.
그런데 지금 여기 왜 올리는가 하면 겨울을 이기는 봄처럼 새해에도 벗님들 모두가 강녕하시고, 아름답게 사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