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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촌놈들 상경기(2)
예상대로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고 ㄱ은 창문을 내리고 나란히 옆에 선 흰색 바퀴벌레를 향해 창문을 내려 줄 것을 요청한다.
바퀴벌레의 앞과 뒤의 창문이 동시에 내려간다. ㄱ은 그 셋이 친구 사이임을 확신한다.
ㄱ이 웃으며 묻는다.
ㄱ: 이뿐 아지매들요, 촌놈들이라가 길을 몰라가 그런데 ㅁㅁ병원 갈라머 어디로 가까요?
여자들이 느닷없는 사투리에 잠깐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말뜻은 알아들은 것 같다.
뒷자리녀: 네비 있잖아요?
ㄱ: 고장 났으요!
뒷자리녀: 내가 좀 전에 네비 켜둔 거 봤는데?
ㄱ은 생각한다. 가시나, 젤로 몬 생긴 기 눈은 밝네!
ㄱ: 이뿐 아지매가 눈쌀미도 있네! 맞으요. 고장난 거 폼으로 키고 댕기다가 이뿐 아지매들은 차도 좋은 거 타고 댕기는데 나는 똥차에 네비까지 고장나고...... 으아아! 내, 인생이 서글퍼가 네비 빠사뿔라 카다가 차카게 살자 싶어가 그냥 껐으요!
운전녀부터 까르르, 웃고 난리다.
뒷자리녀: 최신형인데 무슨 똥차는요! 우리 아저씨도 이 차 사려다가 비싸서 못 샀는데!
ㄱ: 이 아지매가 뭐를 모르네! 이 차가요, 20년 전에 잠시 나왔다가 안 팔리서 단종됐다가 요새 복고가 유행이라가 새로 출시된 기라요. 내 차는 20년 됐으!
뒷자리녀: 근데 왜 이렇게 빤질빤질해요?
ㄴ: 메칠 전에 도색을 새로 했지! 안 믿기나본데 내 독일 본사에 전화 함 해보까요? 받아볼랍니까?
뒷자리녀: 전화해 보세요!
운전녀와 옆자리녀는 계속 웃고 있다.
ㄱ: 전화할 꺼도 엄꼬 내 차 마음에 들머 사소! 내 넘겨주께! 80은 받을 수 있는데 아지매도 이뿌고 하니 내 50만 받지 뭐!
ㄴ이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불만을 토로한다.
ㄴ: 니 미칬나, 시봉넘아! 이 차를 50에 넘군다꼬?
ㄱ: 가마 있으라, 시봉넘아! 내한테 맽기고!
ㄱ이 ㄴ에게 낮은 소리로 경고를 보낸다.
뒷자리녀: 현금은 지금 없고 카드도 돼요? 아니면 송금?
뒷자리녀의 표정에도 이제 장난기가 묻어 있다.
ㄱ: 이 냥반이 장난 치나? 카드는 어디 끍으꼬, 내 이빨 사이에 넣고 끍으까? 그라고 농사짓는 넘이 통장 갖고 댕기요?
뒷자리녀: 계좌번호만 알면 되잖아요?
ㄱ: 그거 외우도록 머리 좋으머 내가 만다꼬 농사짓노, 서울 살지!
이때 신호가 바뀌었다고 뒷차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ㄱ은 운전녀에게 기다리라 말하고 얼른 내려서 뒷차들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고 우회하라고 손짓을 해 준다.
ㄱ이 허리를 굽혀 바퀴벌레 속을 들여다보면서 말한다.
ㄱ: 우쨌거나 내 차는 오늘 중으로 넘겨줄 테니까 일단 ㅁㅁ병원으로 안내 쫌 해주소!
옆자리녀: 핸폰으로도 네비되잖아요?
옆자리녀가 끼어든다.
ㄱ:우리는 무식해가꼬 전화, 걸고 받는 거밖에 모르요!
운전녀: 그리고 우린 방향도 달라요! 거기다 우리 바쁜데!
말은 그렇게 해도 운전녀도 옆자리녀도 웃고 있다.
ㄱ은 짐짓 목소리를 높인다.
ㄱ: 그라머 우리는 우짜라꼬? 서울빠닥에 아는 사람 하나또 없는데! 네비도 안돼가 어젯밤부터 헤매고 있는데! 우리 문상 안 가서 오후 됐는데도 고인이 길을 못 떠나고 있는데!
여자 일동: 그럼 우리보고 어쩌라고?
ㄱ: 됐으요! 교통방해 계속하고 있으머 안되니까 일단 조오기 옆으로 붙여가 길만 잠깐 갈차주이소! 알았제요?
ㄱ이 얼른 다시 차에 탄다.
ㄴ이 묻는다.
ㄴ: 꼬신 거 긑나?
ㄱ: 아직 모른다. 일단 저기까장 따라오나 봐야지.
그러나 ㄱ은 이만하면 낚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ㅡ3편에서 계에속됩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