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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사, 그 아픈
오랫동안 껄떡댔던 그녀의 전화 왔네
난데없이 ㅇㅇ사로 놀러갈까 물어보네
나는야 콧노래 부르며 무기부터 점검하고
요령소리 울리면서 약속 장소 달려가서
옆자리에 올라타니 무릉도원 가는 기분
길 옆의 모텔들에게 눈도장도 찍어 주고
얼굴이며 가슴이며 다리며 엉덩이를
샅샅이 스캔하며 나 혼자 결정했네
그녀의 사랑에 묻혀 남은 인생 탕진키로
여승들만 산다는 ㅇㅇ사에 당도하니
풍광이 멋지더라 그녀는 더 예쁘고
솔향기도 바람과 와서 그녀 뺨을 훔치더라
그래도 우짤 끼고 절까지 들왔으니
이곳저곳 돌아보고 사진도 몇 장 찍고
대웅전 불상 앞에선 기도도 올렸는데
두 눈을 살폿 감고 합장한 옆 얼굴을
황홀하게 바라보며 침도 몇 번 꼴깍했고
살짝 다문 그녀 입술을 훔치고도 싶었는데
금욕의 땅에서도 내 마음은 모텔인데
오늘따라 부처 얼굴 유난히도 예쁘댄다
나는야 가시나 니가 세상에서 젤 예쁘다
그녀 기도 길게 하데 짜증나게 길게 하데
비빔밥 한 그릇에 빨리 가자 보챘는데
아뿔싸 오호통재라 차 열쇠를 못 뺏었네
할 수 없이 옆자리에 또 그렇게 앉았더니
카레이서 울고 간다 그녀의 운전솜씨
순식간에 모텔 몇 개로 배경을 만드는데
잽싸게 머리 굴려 똥 싼다고 발광해도
그녀는 못 들은 척 가속 페달 더 밟는데
모텔들아 너흰 알리라 그날의 내 심정을
우쨌거나 각설하고 신작로에 들었는데
어찌어찌 차를 세워 입술은 덮쳤는데
그녀가 평생친구가 되자면서 우는 거라
가시나야 남녀간에 친구가 뭔 개소리
말도 안될 소리는 하지도 말라면서
싫으면 싫다 하라고 씅질을 부렸지만
나만큼 사랑하고 나만큼 아프단 걸
그때 처음 깨달았어 바보처럼 말이야
그녀의 가슴앓이가 내 가슴도 울렸어
별러서 간 무기도 삽시간에 녹이 슬고
그녀를 웃게 하던 내 말빨도 빛을 잃어
하염없이 우는 그녀를 껴안고만 있었어
세상에 영원한 게 무엇이 있겠는가
사랑보다 더 사랑하겠다던 그녀도 떠나가고
죽어도 사랑하겠다던 나 또한 식었으니
그날 내가 끝까지 옷이라도 벗겼다면
우리들의 사랑이 영원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기라도 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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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도 하지요? '절'이 글에 등장하면 왠지 시조형식으루다가 써야만 될 것 같은 의무감이랄까, 사명감이랄까 그런 기분이 드는 겁니더. ㅎㅎㅎ. 그래서 시조 흉내를 내봤구요.
우쨌거나 지금까지 제가 쓴 잡설 중에서 이게 젤로 마음에 듭니더. 제 개성과 진정이 많이 드러난 것 같구요.
이 글이 벗님들의 마음에도 들면 더 좋겠습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