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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리에서
낭만이
멍석말이 마당쇠 수장 당한 주전리
파도로 환생한 마당쇠의 혼백은
옷 벗은 포말이 되어 몽돌해안 덮치고
여보소 이것 보소 내가 아씨 범하였소
우리 아씨 싫다는 걸 내가 이리 범하였소
어여쁜 우리 아씨는 죄가 없단 말이오
우리 아씨 계시는 곳 운문사가 어디요
몽돌해안 덮치는 집채만한 파도도
운문사 가는 길에는 이르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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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바닷가에서
곽종희
울산 주전 바닷가 파도가 밀려올 때
물은 없고 자갈만이 거품을 토하더라
등대도 달빛을 닮아 금색등을 켜는 밤
모래로 갈릴 돌은 오던 길을 돌아가고
멍석말이 당했던 그 남정네 달려온다
물결도 멀리뛰기에 한판승을 걸었고
모난사람 하루종일 둥근 돌을 건지려
달빛여울 깔아놓고 마음을 갈고있다
우리들, 진정 사는건 모난돌을 깎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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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가는 길
유 재 영
기러기 한 쌍만이 어젯밤에 날아갔을
숱 짙은 대숲 아래 지체 높은 어느 문중
남겨둔 월화감 몇 개 등불 마냥 밝구나
장삼 입은 먹바위 햇빛도 야윈 곳에
무심코 흘림체로 떨어지는 잎새 하나
가만히 바라다보면 참 아득한 이치여
사랑도 그리움도 어쩌지를 못할때
청도 운문 골짜기 구비구비 돌아나온
득음은 저런 것인가, 옷을 벗는 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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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쉬조(ㅎ)는 아래의 곽종희 시인과 곽시인의 포스팅을 통해서 읽게 된 유재영 시인의 시조가 동기가 돼서 30분 만에 쓴 것입니더. 곽시인의 시조에 댓글로 쓴 것인데 답글을 이래 달았습디더.
곽시인: 몽돌보며 마음도 닦아야 하고 운문사 골짜기 득음 소리도 들어야 하고~
글은 잘 쓰시는데 진지함이 없으니~ㅋ 삼천궁녀를 거느린들 무엇 하리요~~
낭만이: 태클씨, 진지함이 없다니 무신 말쌈이오? 내 깐에는 깜냥껏 고뇌해서 쓴 건데요. 어휘선택도 심사숙고 했구마는. ㅠㅠ.
그라고 3천 궁녀 거느리게 되면 전부 성불시켜 '3천 궁녀불' 맹글지 우째 아요? 내 말빨이면 안될 것도 없지 싶은데. ㅎㅎㅎ. (곽시인은 지가 무슨 ‘껄떡쇠퇴치 국민행동’ 간부나 되는강, ‘차카게살기협의회’ 회원이라도 되는강 제가 쪼끔만 껄떡쇠스러운 거시기를 거시기하면 어디선가 꼭 나타나서 태클을 거는 분입니더. 그래서 제가 ‘태클씨’로 부르고 있구요. ㅎㅎㅎ.)
운문사는 가끔씩 가는 사찰인데 유재영 시인의 시조를 읽고 나니 어떤 일이 있어도 낙엽 질 때 꼬옥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더.
벗님들요, 낙엽 질 때 운문사로 오이소. 유재영 시인의 시처럼 '흘림체로 떨어지는 잎새'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더. '옷을 벗은 물'두요.
신비하도다, 시인의 눈이여!
쉬조(시조라고 하기에는 거시기하니!)를 감히 시조 앞에 얹은 제 무례를 두 시인은 용서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