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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랑을 시작하지 않은 그대에게
사랑에 빠지면 최고의 미녀가 추남에게 더 예쁘게 보이려고 환장을 한다. 남녀가 바뀌어도,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랑도 모두 마찬가지다. 신비하지 않은가?
이런 신비한 사랑은 절때로 고요히, 천천히 오지 않는다. 나비 날갯짓처럼 미약하던 바람이 한순간에 태풍이 되어 들이닥친다. 이런 거 묻고, 저딴 거 따질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 사랑 너무나 아찔하고 아득하여 눈 꼬옥 감았다 뜨면 어느새 태풍의 중심이라 오직 맑은 하늘만, 맑은 하늘 같은 한 사람만 보인다. 사랑은 원래 이래야 하는 것이다.
고요히, 천천히 오는 사랑이 있다면 그것이 사랑이 맞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연민과 의무감은 사랑과 똑같이 생긴 짝퉁이다.
아직 사랑을 시작하지 않은 그대에게 권고한다. 나비가 날아오기를 고대하시라. 그대 가슴에도 태풍이 잠자고 있음을 믿으시라.
누구나 그런 사랑, 한 번은 온다. 지금 올 수도 있다.
단 한 번의 생(生)으로 와
아름다이 갈 수 있다면
그대 내게 나비로 오시게
팔랑이는 날갯짓 하나로
내 생의 전부를 휘몰아칠
짧고도 아찔한,
태풍 같은 사랑으로 오시게
ㅡ이선정 시인의 <나비> 전문.
*압구정역, 신용산역, 행당역, 녹사평역 스크린도어 게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