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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무 그늘에 앉아 시를 쓴다
게시물ID : lovestory_889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2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12/07 10:23:5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EXI6EdyZNBw






1.jpg

문복주밤길

 

 

 

밤길 집에 오르다 보면

새끼 고라니 얼마나 외로웠는지

길가에 나와 겅중거리다 놀란 눈으로

숲에 숨는다

밤 고양이도 오소리 텃새도

밤길 가다 마주친다

이 밤 얼마나 외로웠으면

외진 길가에 나앉아 펑펑 우는 것일까

나도 집으로 가면서

산길 오르며 흐느낀 적 있다

무언가 잘못 산 것 같아

적막한 산골 집으로 가면서

알지 못할 눈물에 흐릿한 길 더듬으며

무엇에 자석처럼 이끌리며

눈물 펑펑 흘리며 어릿어릿 집으로 간 적 있다







2.jpg

채향옥생일

 

 

 

어머니

조마조마

무릎 아래

나를

내려놓으셨다

 

아버지

왼 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셨다

 

기쁨과 슬픔과 두려움으로 뛰는

세 개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3.jpg

이철성시의 향기

 

 

 

때는 밝은 아침

새들이 푸른 하늘서 내려올 때

나무 그늘에 앉아 시를 쓴다

시는 그림을 닮아

낮은 집들과

아름다운 문양의 창틀과

붉은 기와들을 그린다

시는 음악을 닮아

마당을 뛰어가는 아이의 짧은 고함과

그 붉은 볼과

너른 들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떨어지는 사과와 시큼한 순간들

적는다

시는 중심에서 피어나는 향내처럼

모든 것들 속에서 피어나고

너른 하늘에 가득하고

내 얼굴과 코끝을 쓰다듬는다

시는 가난한 연필이 훑고 지나간

작은 일기장 위에 있다

일기장을 덮으면

시는 마개로 닫힌 과일향이 된다

시는 내일 아침 아내가 몰래 열어보기 전까지

배낭 깊은 곳에 놓여진 때 묻은 작은 일기장이다







4.jpg

김소월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5.jpg

마종기익숙지 않다

 

 

 

그렇다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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