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밤입니다.
15년을 알고 지낸 형처럼 생각하던 분과 술 한 잔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당연히 대선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는 세월호 사건 때 박근혜정부에 분노하며 아고라에서도 활동하던 분이라 당연히 문재인을 찍을 줄 알았는데 안철수보다 문재인이 더 믿음이 안간다며 차라리 심상정을 찍겠다고 하더군요.
저도 비례는 늘 진보정당을 찍었고, 유시민을 지지하다 노무현을 지지하게된 부류라 심상정을 지지한다고만 했다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문재인이 안철수보다 믿음이 안간다는 말에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친하고 좋아하는 분이기때문에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죠.
더민주 경선에서 이재명을 지지했는데 문재인은 적폐청산을 하기에는 좀 흐려보인다더군요.
술도 먹었고 말이 통하는 친한사이이기에 제목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던 20대 30대 친구들이 이기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을 그분에게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이상과 현실이 다를 때, 그리고 그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부조리를 느끼고 허무와 무력감에 빠졌던 제 모습이 투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40대 중 후반인 우리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투표로 뽑았던 승리의 경험이 있고, 당시에 힘들다 생각하긴 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 비하면 꿀빨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는 것이 싫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 심상정이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주류 정치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그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우리 세대의 여유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패배만 한 젊은 세대는 미래를 꿈 꿀 수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적폐청산, 민주주의 확립, 그런 거창한 말들 보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삶과 자신의 존엄함과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그저 취업과 현실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두렵습니다. 누구나 행복하고자 하면 행복해야합니다.
그들은 젊기때문에 작은 승리의 경험만으로도 큰 자산이 될 것이며 우리에게 보다 나은 미래로 돌아올것입니다.
시사게에는 문지지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마는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이 자신의 이익과 가치관을 잠시 내려놓고 젊은세대를 위해 투자하는 투표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술먹고 써서 두서가 없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그 분에게는 만약에 문재인이 대통령이 안된다면 당신 집앞에 똥을 싸놓겠다고 협박했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