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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게시물ID : lovestory_889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2/02 11:56:5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Fs3ecd4a-oQ






1.jpg

윤석산전철 안 홍해

 

 

 

그가 저쪽 칸에서 이쪽 칸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들 모두 양쪽으로 갈라서며 길을 열어준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건너는 것과도 같이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그는 우리들 사이를 건너고 있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건너는 음악의 홍해

여기저기 때로는 동전 한 닢때로는 지폐 한 장

던져주는 사람들 사이

동전도 지폐도또 세상도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는 다만 구슬픈 음악으로

이 칸에서 다시 저 칸으로

기적이 없는 시대의 기적꿈꾸듯

그렇게 건너가고 있다







2.jpg

김후란가족

 

 

 

거치른 밤

매운 바람의 지문이

유리창에 가득하다

오늘도 세상의 알프스산에서

얼음꽃을 먹고

무너진 돌담길 고쳐 쌓으며

힘겨웠던 사람들

그러나 돌아갈 곳이 있다

비탈길에 작은 풀꽃이

줄지어 피어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돌아올 가족의 발자국 소리가

피아니시모로 울릴 때

집안에 감도는 훈기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3.jpg

서안나립스틱의 발달사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보석을 갈아 눈과 입에 발랐다

립스틱의 기원이 되었다

고대인들은 빛나는 눈과 입술로 별에 닿고 싶어 했다

라고 나는 단정한다

 

그러므로 날개는 별에서 태어난다

그러므로 내 눈과 입술에

별이 뜨고 날개가 돋는다란 논법엔 오류가 없다

 

클레오파트라는 딱정벌레와 개미 몸을 짓이겨

입술을 칠했다

클레오파트라의 입술에 굶주린 곤충들이 날아들었다

여인의 입술을 위해 쉽게 목숨을 버렸다

그러므로 죽음 속에서 립스틱은 빛난다

는 문장도 용서될 수 있다

 

당신이 별을 바라볼 때 애잔해지는 이유는

죽음을 넘어선 욕망의 얼굴과

잠시 마주쳤기 때문이다

욕망은 순결한 육체를 천천히 날아올라

별들 사이에서 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아침마다 당신의 입술에 날개를 그려 넣는 것이다

입술을 칠하며 별을 건너는 것이다

당신이반짝인다







4.jpg

강경호푸른 도라지꽃

 

 

 

다이아몬드 모양의 노린재가

꼬리를 물고

푸른 꽃을 피운 도라지 잎사귀에 달라붙어

수액을 빠는지 꼼짝 않는다

농약을 뿌릴까 하다가 그만 두었는데

금빛 알을 낳는 중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담배씨만한 목숨들이 꾸물거린다

그 사이도라지 잎 노린재떼가 갉아먹어

뼈만 남은 생선 같은데

몸이 근질근질 하지도 않는지

도라지는 가장 아름다운 비명으로

푸르게 노래만 부르는 것이다







5.jpg

류시화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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