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언론들이 안철수를 띄워주는 이유가 있죠..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이제 꼭 한 달 남았다. 결과가 어찌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급부상하면서 그의 집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만일 그가 집권하게 된다면 한국 정치는 어떻게 전개될까. 나의 좁은 식견으로는 정확히 예단할 수 없지만, 87년 이후의 상황을 참고하여 졸견이지만 가상 시나리오를 한 번 써보기로 한다.
국민의 당은 국회 의석 40석의 매우 작은 소수당이다. 따라서 독자적으로는 절대 정국을 이끌 수 없다. 결국은 다른 당과 대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당과 안철수 후보의 그 동안의 정치적 행로와 그들의 중도보수적인 정치노선을 고려할 때, 그들은 강력한 경쟁자이면서 중도진보 노선인 민주당보다는 세력이 크게 약화된 보수의 바른정당, 한국당과 손을 잡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3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한국당은 다시 살아나 사실상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고, 의석과 인재풀이 적은 국민의당은 그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지난 겨울의 촛불시민혁명의 성과물은 다시 고스란히 보수세력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들은 권력의 중추를 여전히 장악하게 될 것이다. 그리 되면 검찰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 등은 시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다시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가 박-최-이 등에 대한 재판도 사실상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들 3당은 2020년 총선을 전후하여 연합공천이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매개고리로 하여 다시 신3당 합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세력은 이러한 개헌과 합당을 통해 일본의 자민당처럼 영구집권의 가능성을 노릴 것이다(물론 성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위와 같은 시나리오가 터무니없는 것일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번 5.9대선은 인물을 고르는 선거라기 보다는, 정치세력을 고르는 선거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내 생각으로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이렇다. 보수-수구의 정치세력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진보-개혁의 정치세력을 선택할 것인가. 2017년 봄, 우리는 역사의 또 하나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 한양대 박찬승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