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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허공 속에는 경계가 없다
게시물ID : lovestory_888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1/27 08:45:5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atvUzzdoRn0






1.jpg

정푸른비와 눈의 시간

 

 

 

허공 속에는 경계가 없다

어스름 속에 갇힌 짐승을 풀어주는 시간이 오면

폐 속에 물기로 가득 찬 유선형 물고기들이 파고든다

허공의 높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둥근 물방울을 긴 유선형으로 뛰어들게 하는

폭포의 단호함 같은 것

부레 없는 작은 물방울들이 아래로 떨어진다

허공은 어스름을 담는 텅 빈 품일 뿐변하는 것들은

스크래치를 남기지 않는다

한기의 시간대를 지나

한 줄 뼈를 덮고 있던 비늘이 흩날린다

물방울의 빛나던 수의였던 반짝임이 수많은 모양으로 흩어진다

눈의 결정들

수화처럼 소리 없는 곡절이 미세한 선을 깎고 면을 다듬어

더 작고 작은 창백의 낙화

가벼워지고 느려지는 눈이 폐 속에 쌓여

창을 가리고 길을 숨긴다

 

기침이 터지는 곳에서 아득히 혼절하는

겨울이 나의 병명이다







2.jpg

이인원피정

 

 

 

조금 먼저 내린 눈송이가

조금 뒤에 내리는 눈송이에게

말없이 어깨 내밀어주는 아침부터

조금 늦게 당도한 어둠이

조금 일찍 도착한 어둠의 어깨에

말없이 머리를 기대는 저녁

꽁꽁 잘 뭉쳐진 고요 한 덩이만으로

조금도 목마르지 않은 날

내일은

조금 빨리 왔던 내가

조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네게

말없이 자리 비워주는 날







3.jpg

복효근한 손

 

 

 

간도 쓸개도

속도 배알도 다 빼내버린

빈 내 몸에

너를 들이고

또 그렇게 빈 네 몸에

나를 들이고

비로소 둘이 하나가 된

간고등어 한 손







4.jpg

김유석골목의 자유

 

 

 

황망히 뛰지 말 것실밥처럼 드르륵 뜯겨질 수 있으므로

 

모퉁이와 모퉁이를 누벼 만든

오래 입은 옷 같은 협궤

서거나 곰곰이 두리번거리지 말 것

 

튀밤 냄새 나는

모든 것들을 조금 부풀어 보이게 하는 하오

수선집 재봉틀 소리가

내리막처럼 보이는 오르막 도깨비 길목을 밟아가는

네 시 방향으로부터 그늘이 지는 도시의 막후에서

 

함부로 침 뱉지 말 것내 그림자에 떨어질 수 있으므로

 

뫼비우스의 띠일 뿐인 생의 담벼락에

낙서를 하거나

오줌을 갈겨 본 적 있다면

동전처럼 불쑥 뛰쳐 구르는

노는 아이들 소리에 놀라지 말 것

 

내일 때문에 늙어가는 것만은 아닐 것이므로

 

밤에만 문을 여는 만화점 모퉁이혹은

문득 막다랐다 싶은 집 앞

결코 앞서는 법 없이 바래다 주는 불손한 기척들

 

헛기침으로 딱 한 번 돌아다 볼 것







5.jpg

윤석산나는 지금 운전 중

 

 

 

차창 밖 진눈깨비 질척질척 내리고 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나의 운전 마음이 쓰인다

 

훈훈한 히터차 안은 이내 노곤해지고

백미러로 보이는 뒷좌석

아내와 딸아이 머릴 맞대고 잠들어 있다

 

곤곤히 내리는 세상의 진눈깨비

백미러 안 머릴 맞댄

아내와 딸아이 달려가는 달디단 꿈

 

그 길

그 한 모퉁이

 

조심조심나는 지금 운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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