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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출구가 없다
게시물ID : lovestory_888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1/26 08:16:2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DQt19_SJ6Ig






1.jpg

이상윤노을

 

 

 

마음이여

 

누구에게

은장도보다 차고 매서운

칼로

중심을 베였기에

 

슬픔이

저리도 찬란한가







2.jpg

신경림새벽달

 

 

 

돌 깨는 소리 맞은 지 오래인

채석장 뒤 산동네 예배당엔

너무 높아서 하느님도 오지않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끌려간 전도사는

성탄절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블록 담벼락에 그려진

십자가만 찬바람에 선명하다

눈도 오지 않는 성탄절 날 새벽

복 받은 자들만의 찬송가 소리는

큰 동네에서 큰 교회에서

골목을 타고 뱀처럼 기어 올라와

가난을 어리석음을 비웃고 놀리는데

새벽달은 예배당 안을 들여다보는구나

갈 곳 없어 시멘트 바닥엔

서로 안고 누운 가난한 연인들을 깨우면서

저 찬송가 소리 산동네 덮기 전에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가만가만히 흔들어 깨우면서







3.jpg

권순자공중전화

 

 

 

당신의 사랑은 이제 식었는가

큰 길가 꼬집어 뜯는 소음 속에

눈자위는 팅팅 부어

붓는 동안 서서히 잊혀져

관짝 같은 유리박스 안 덩그러니

나 진열되어 있네







4.jpg

이재무출구가 없다

 

 

 

사람아사람아

통발에 든 물고기같이

평생을 수인으로 살다가

죽어서야 자유로운 사람아

늦가을 빈 밭

홀로 남은 수수깡처럼

깡말라 수척해진 영혼아

사람 안에 갇혀

출구를 잃어버린 사람아

탕진의 세월 속

황홀한 고통을 앓는 사람아







5.jpg

복효근거울

 

 

 

고요한 수면 위로

수련 한 송이 핀다

가만히 보니

수면 아래로도 한 송이 뻗어

서로가 서로에게서 피어나고 있다

혹은

꽃 피는 스스로의 노고를

네 덕으로 돌려

꽃 꺾어 바치는 듯하다

()와 실()이 그렇듯

서로에게 거울이었구나

 

소금쟁이 몇 마리

수면을 팽팽히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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