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08NBavS36fU
김주대, 출처
바람이 제 살을 찢어 소리를 만들듯
그리운 건 다 상처에서 왔다
박만식, 나팔꽃
허물없는 세상과는
동조하지 않는다
번지르르한 꽃들의 눈빛 피해
아무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멧비둘기의 염주 알 같은
눈망울로 날아와
외딴집 바지랑대에 기대어
말줄임표로만 말없음표로만
꼬장꼬장하게 뻗어가며
턱 괴고 먼 산 바라보지만
아픈 사람들의 발끝에 피어
손뼉을 쳐주는 사람처럼 사는 꽃
우리가 보는 앞에서는
절대
나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장남제, 멀리 사는 친구야
친구야
멀리 있는 친구야
살다보면
산 속에 외딴집처럼 느껴질 때가
왜 없겠니
그런 외롭고 무서운 날에도
옆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
나는 그대가 좋다
살다보면
세상이 내 것같이 느껴질 때가
왜 없겠니
그런 기쁘고 자랑하고픈 날에도
허물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그대가 좋다
살다보면
죽음 같은 고통이 찾아 올때가
왜 없겠니
그런 힘들고 주저앉고픈 날에도
위로 해주고 이해 해줄 것 같아
나는 그대가 좋다
친구야
멀리 있는 친구야
그냥 그대가 좋다
이해리, 간월암
네가 그리우면 섬이 되었다
네가 미워지면 물이 되었다
섬이 되었다 물이 되었다
하루에도 몇 만 섬 벚꽃
물 위에 날리고
바다처럼 끄덕 않는 너를
행여나 기다렸다
해 저물면 어둠은 거머리처럼 달라붙고
어둠 떨치겠다 하나 둘 불빛 켜다보면
몸속에 차오르는 희미하고도 아련한 눈물
슬픔만이 한 척 조각배를 감돌며
갈매기 떼처럼 어지럽다
사랑한다면 사랑했었다면
너의 변심까지도 껴안아야 했던가
자그르르 달빛 굴리며 밀려가는 물소리
정재호, 못
철없이 벽에도, 남의 가슴에도
숱한 못을 박아놓았다
부모님, 형제, 친구, 제자, 아내, 자식들 가슴에
알게 모르게 박아 놓은 못
죽기 전에 내 손으로 그것을 뽑아 버려야 할 텐데
부모님은 이미 먼 길 떠나셨고
아내는 병이 들었고
형제는 절반이 이승을 떠났고
자식들은 다 커 버렸다
지금도 그대들 가슴속 어딘가 박혀 있을 못을
무엇으로 뽑아내나
뉘우침이 못이 되어
내 가슴 깊이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