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야구 동영상 어떻게 찍을 것인가?
게시물ID : sports_88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뭐시기
추천 : 3
조회수 : 152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3/26 23:59:53


안녕하세요.
오모입니다.
 
먹지않으면 죽고, 죽기는 싫어 일을 하고는 있는데 머릿속엔
하루종일 야구생각뿐.
 
이 야구중독증은 4년전부터 저를 괴롭혀왔습니다만,
앞으로도 영원히 괴롭힘 당해도 좋을듯 합니다.
야구가 너무나 좋습니다.
 
야구영상을 제작한지 어언 1년여가 되어갑니다.
사회인야구,동네야구,청소년야구.기타 등등.
 
그 어떤 야구던, 야구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화면에 담기는 무척이나 어렵네요.
점차 발전하고 있고 좋아진다고 말씀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이 나기야 합니다만
사실은 원하는 것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gh2_baseball


왜 찍는가?
무엇을 찍는가?
어떻게 찍는가? 

 
이 글을 쓰고있는 오모같은 야구광이야 야구를 볼때면
'오오 저 키스톤콤비네이션은 아주 좋은데.
근데 프로는 뭔가 다르네? 저 상황에서 정석은 왼발부터 나가는거 아닌가??
신기하네 한번 인터넷이나 찾아볼까??'
식으로 야구의 감상에 있어서 본인의 플레이 경험을 투영하며 즐깁니다만,
한국의 천만 야구팬중에 실제로 야구시합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고 순간과 순간의 우연들이 충돌하여
점수화되고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의 아름다움은 정말 대단하죠.
하지만 야구 그 자체에 집중할 필요없이 흥행을 위해 기획되어진 지역연고의 응원문화나,
인간 그 자체의 본성으로 응원하는 선수와 스스로를 동화시켜 몰입하는 재미도 아주 높으니
굳이 야구를 직접 해 보셨을 필요는 없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동네공터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야구대결만 보아도 하루종일 엉덩이를 때질 못하죠.
일을 손에서 놔 버린후 얼마없는 통장잔고를 싹싹 긁어낸뒤 지방으로 내려가
학부모밖에 안보는 중학교 야구대회 경기장에 들어간 후 아침부터 해질때까지 맥주두어캔을 식사삼아
어린 선수들 하나하나의 플레이에 감탄하며 봅니다.
아아 왠지 이 경우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본듯 하네요. 저는 아닙니다.
 
후자의 경우는 심지어 야구규칙을 잘 몰라도
류현진을 열렬히 응원할수 있고, 그 때의 흥분감 고양감은 가뿐히 전자를 넘어섭니다.
운좋게 본인의 인생 그 자체처럼 응원했던 프로야구단이 우승한다면,
인생 12년차라도 감동의 눈물로 밤을 지새울수 있는 것 이죠.
 
 
어느 방식으로 야구를 즐기던 정말 모두 다 훌륭한 방법이고,
두가지 방식 모두 다 즐기시거나 혹은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여 즐기셔도 됩니다.
야구 동영상이 아닌 기록만을 가지고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세이버메트릭스를 펼치며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셔도 충분히 야구를 즐기고 계십니다.
 
 
야구는 말랑한 연식구로 해도,
도미니카공화국의 좁은 차도 위에서 이뤄져도,
선수들의 수준이 낮아도 충분히 야구입니다.
 
분명히 야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동네야구,청소년야구,사회인야구경기를 녹화해서 공유하면 오오 이거 재밌겠는걸??
나도 야구를 직접 해 보고싶다! 반응을 이끌어 낼수있어
야구를 즐기실수 있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날수 있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야구는 혼자할수 없기에 야구를 직접 해보길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는것은
기본적으로 야구인에게 축복이니까요. 
녹화는 경기장 전체를 바라보는 시점에 카메라 한대를 두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 대략 요런식으로 말입니다.
9_고정샷
 
 
 
당연히 쫄딱 망했습니다.
 
 
매일매일 인터넷을 키거나 TV를 틀면 수준높은 프로야구 경기가 쉴새없이 쏟아지는데
누가 아마추어 야구 동영상을 봅니까.
본다면 저같은 야구중독자여야 할텐데 그 수가 그리 많지가 않아요. 
작전 대실패!!
 
한가지 시점으로 단순하게 녹화된 영상을
보고 또 보며 아아 저때는 3루송구부터 했으면 좋지 않았나? 우리 배울땐 어떻게 배웠더라?
낄낄댈수 있는 사람은 영상속 야구에  참여했던 그 선수들 뿐이에요.
 
고등학교 영상부의 졸업작품전도 아니고.
사람들이 보지않는 영상에 그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야구 그 자체의 기술적인 아름다움을 화면에 담는것 보다는,
감상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야한다고 느꼈습니다. 더 쉽게 더 가깝께 말입니다.
아니아니 여러분 이게 멋진거에요 당신들은 야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계세요.
도대체 야구를 보고 게십니까? 아니면 본인을 투영한 대리 전투를 보고 계십니까?
외칠만큼 나이가 어리진 않은게 다행이에요. 어차피 돈받고 하는 일도 아니기에 순식간에 계획수정!
 
코어하지 않은 일반적인 야구팬들이나 더 나아가서 야구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즐겁게 볼수있는
영상으로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이라던가 게임 흐름에 공감하며
시청자들이 화면과 감정을 섞을수있는 영상편집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말씀.
무에서 유의 창조는 다빈치도 못하는것이고 천하무적 야구단 재방송부터 보는것으로 시작해야겠죠.
 
 
 
그런 영상제작을 위한 기술적인 이야기.
 
 
페이스클로즈업 샷 (빅클로즈업샷)
 
출연자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연출방법은 수도 없이 많은데,
가장 강력한것은 출연자의 페이스클로즈업(BCU) 샷 이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인간의 얼굴표정에 공감합니다.
화면 가득히 찬 긴장감 가득한 투수의 얼굴은,
단순히 화면 구섞에 떠 있는 마지막회 2사만루상황 스코어보드보다
훨씬 더 시청자의 감정에 파고들수 있습니다.
 
야구장 라인 밖에서 동영상촬영으로 투수의 얼굴을 화면에 꽉 채우려면 망원렌즈가 필요하겠죠.
때문에 구입할 계획입니다. 최소 40m거리, 가급적이면 정식야구장에서의 촬영도 염두해 100m 거리에서도
선수들의 페이스클로즈업샷을 만들어내고 싶은데 사실 뒷부분은 욕심입니다.
35mm 환산 600mm렌즈정도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망원렌즈는 흔들림에 취약하고 흔들림을 잡으려면 튼튼한 삼각대가 필요하고 튼튼한 삼각대는 비싸고.
아니아니 그 전에 사장님 여기 600mm렌즈 가격이 어떻게 되요? 
 
 
아~~ 야구 몰라요.
 
시청자가 더 즐길수있는 더 좋은 장면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가득합니다만
스포츠는 통제가 안되어요. 게임 루즈하게 흘러버리는것을 누가 막겠습니까.
멋진 장면들이 연달아 나온다해도 카메라 구도에 따라서 전혀느낌이 달라지는것인데
공이 어디로 갈고 선수들은 또 어떻게 움직일줄 알고 카메라를 배치할까요.
드라마 찍듯이 미리 콘티짜놓고 이상적인 연출을 가져갈 방법이 없습니다.
 
게임을 통제할수없으니 카메라의 대응력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시도되지 않은 방법들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죠.
바로 카메라맨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것.
 
그것만으로도 카메라의 대응력은 굉장히 높아져서 어떻게든 흥미로운 장면들의 캐치가 가능했습니다.
다만 카메라의 흔들림을 잡기위해 일각대를 이용했고 덕분에 카메라워킹에 제한이 있었죠.
근 시일내 가장 강력한 카메라 흔들림 억제장치인 짐벌을 도입하려 합니다.
 
짐벌은 카메라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장치로
과거 촬영시 레일을 까는 노가다를 거쳐야만 만들수 있는 장면을 '그런대로' 만들수 있게 해 줍니다.
 
 
▲ 짐벌 촬영 영상 샘플.
 
 
 
아래는 목표로 하고있는 여러 화면 구성의 한가지 예 입니다.

여러가지로 계산해보면
2대의 카메라와 단,망원렌즈 그리고 짐벌외에도
120프레임 이상의 고속촬영카메라가 필요하겠습니다.
소니 FS700이 매우 적절하겠죠. 가격은 자동차 마티즈보단 좀 싸네요.
 
음... 야구보다는 훨씬 덜 중요한,
먹고사는 작업에서 돈이 좀 생기면 도입할수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 야구모르고 미래도 모르는거죠.
그저 목표라고 해서 무작정 크게 잡아본 수준입니다.
 
카메라 1호는 짐벌에 얹혀져 내야에 위치합니다.
카메라 2호는 외야펜스에서 망원렌즈로 대기합니다. 
 
 
1
▲ 투수정면 페이스클로즈업(BCU). 흔들리는 눈에서 시작 서서히 줌 아웃.
클로즈업은 신중히 쓰라는것은 흔하디 흔한 조언이지만 히치콕의 입에서 나왔다면 다시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클로즈업의 폭발을 위해선 샷 이전에 서사의 구축이 필수.
 
이 첫 샷 이전에 시청자들은 반드시 위기에 몰린 투수의 상황을 알고있어야 합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이 야구지만 가급적 2사 만루 한방맞으면 역전패 상황이면 좋겠네요.
 
-투수는 땀을 흘리며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2
▲ 줌 아웃된 카메라는 투수의 웨이스트샷까지 잡아주고, 포커스를 투수뒤쪽의 유격수로 이동시킨다.
이때 망원을 사용 유격수를 가급적 프레임안에 크게 잡아 표현력을 높일것.
- 유격수 : "괜찮아 괜찮아 그냥 편하게 가운데다 넣어. 내가 잡는다 편하게~ 편하게에~!"
 
 
 
3
▲ 다시 포커스 투수의 얼굴로 이동하며 클로즈업. 배경 블러처리.
-투수 표정변화. 동료의 격려에 자신감을 얻고 구종 결심.  
 
 
4
▲ 투수 니샷. 프론트뷰. 투수의 뒷 부분에 같은편 동료들이 일렬로 늘어선듯 보이게 한다.
일렬로 정렬된 동료는 외롭게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지만
투수의 등 뒤로는 적보다 많은 아군이 존재함을 상징.
아래로 슬로우모션 (자연스럽게 사운드는 날아간다.)
 
 
5
▲ 투수의 선택. 슬라이더. 
 
 
6
▲ 투수 정면에서 비행하는 공을 따라 워킹. 자연스럽게 외야펜스에서 망원 촬영하던 카메라 2번과 교대.
카메라 2번이 촬영하던 타자 프론트 뷰로 전환. 
 
 
7
▲ 갑자기 꺽여 들어간공에 타자 당황한 표정 바스트샷.
공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간 이후 슬로우모션 해제. 그리고 점차 줌 아웃.
 
 
 
8
▲ 야구장 외야 펜스쪽 카메라는 롱샷에 이를때까지 줌아웃한다.
야구장 전체를 조망하며 승리에 기뻐 투수에게 뛰어가는 선수들 전체를 잡아낸다. 점차 어두워지며 끝.
 

실제 야구장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이 흔하게 나옵니다만
그 현장의 감동을 먼거리에서 찍은 풀샷하나로 시청자에게 전달할수는 없어요.
시청자는 수없이 야구를 직접해본 사람들이 아니기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소싯적에 영화의 이해를 비롯한 몇몇 영상이론서들을 겨우 읽었던 실력의 쌩 아마추어인지라
새로움도 없고 감동도 없는 흔하디 흔한 시퀀스지만, 이렇게 낮은 레벨까지의 갈길도 멀고 멉니다.
 
갈길이 태산이지만 걸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너무나 즐거워서 괜찮습니다.
요 사이 하루하루가 즐겁네요. ^0^//
인재풀이 엄청나게 다양한 이곳 오유에서는 현업에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신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나름 오래 타자를 두드려보고 나니 부끄러움도 같이 옵니다.

초보자인지라 고수분들의 고견들을 경청할 준비를 하며 게시물 등록 버튼을 누르겠습니다.
내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