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게시물ID : lovestory_888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1/16 22:44:5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UJwC7INGNo






1.jpg

유지소낮달

 

 

 

나는 거기 있었네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거기 있었네 네가 떠나간 후에도

나는 거기 있었네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물이 흐르면서 마르는 동안 바퀴가 구르면서 닳는 동안

지구가 돌면서 밤낮을 바꾸는 동안

그동안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 동안

 

나는 거기 있었네 네 머리 위에

나는 거기 있었네 비가 내리는 구름 위에

나는 거기 있었네 거기라는 말보다도 한참 먼 거기에






2.jpg

신달자내성적인 사랑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저렇게 회색언어로 뭉친 답답한 표정

홀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면

너는 때로 검은 안경을 쓰고 나를 스치다가

한바탕 알아듣지 못할 몸짓으로 다가서는 것 같기도 하지만

뚝 뚝 두어 방울 말을 떨어트리다가

줄 줄 줄 쏟아붓기도 하지만

비다!

내가 밖으로 나가 온몸으로 질펀하게 고이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젖어보기도 하지만

너의 말 축축하게 배어들기도 하는데

적막!

비 딱 그치고 도저히 너의 말을 나는 찾지 못하는데

젖은 얼굴을 닦는데

오늘의 적막은

하얀 손수건 한 장으로 내 손에 남는다







3.jpg

김주대

 

 

 

달의 지평선에

지구가 뜨면

어느 날

나는 거기 있을 것이다







4.jpg

사윤수폭설

 

 

 

높은 궁지에서 분분히 하강하는 피난

눈이 내린다

오랜 나날 동안 그 앞을 지나다녔으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떤 골목의 입구

시든 꽃나무 흙덩이를 안은 채 깨어진 화분들과

창백하게 뒹구는 연탄재 위에도 눈이 쌓인다

여기는 어디선가 본 멸망의 나라

사람들 모두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가고

건너편 횟집 수족관 속의 물고기들만

화석처럼 뻐끔뻐끔 이곳을 바라본다

두껍게 얼어붙는 시간의 계곡이

전 생애의 날개를 저어 떠나버린 것들의 뒷모습을 닮았다

하얀 침묵이 소리 없이

지상의 발목까지 내려 쌓이는 동안

그 골목으로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

폭설이 서서히 골목의 입구를 닫고 있었다







5.jpg

조은어느 새벽 처음으로

 

 

 

이른 새벽 잠에서 깼다

 

불안하게 눈을 뜨던

여느 때와 달랐다

내 마음이 어둠 속에

죽순처럼 솟아 있었다

 

머리맡엔 종이와 펜

지난밤 먹으려다 잊은 맑은 미역국

어둠을 더듬느라

지문 남긴 안경과

다시는 안 입을 것처럼

개켜 놓은 옷

방전된 전화기

 

내 방으로

밀려온 그림자

창 밖 그림자

한 방향을 가리켰다

 

밤새 눌려 있던

머리카락이 부풀고

까슬까슬하던 혀가 촉촉했다

 

흰 종이에다

떨며 썼다

어느 새벽 처음으로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