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가 시를 읽는 방뻡과 요령에 관한 지침
—그윽한 눈빛으로 오래오래 바라보라.
—벗길 때도 결코 서두르지 말라.
—많이 껴입었다고 짜증을 부리면 시가 니를 거부한다.
—시의 몸에 새겨진 굴곡과 요철을 부드럽고 섬세하게, 때로는 거침없이 탐닉하라.
—행이 바뀔 때는 한 박자를, 연이 바뀔 때는 두 박자를 쉬어 주는 쎈수를 발휘해 애가 타도록 만들라.
—다양한 각도로 관찰하고, 더듬이를 총동원해 시가 꽁꽁 숨기고 있는 가장 은밀한 장소를 찾으라.
—수시로 추임새를 곁들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질펀하게 젖은 시가 마침내 제 속살의 떨림마저 분출할 때까지 긴장하고 인내하라.
—그리고 반다시, 명심하고 또 명심할지어다. 한번 읽는 것으로 할일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절때로, 절때로, 절때로 안된다는 것을.
**
그러면 여자는 시를 우째 읽어야 되느냐꼬 물으려는 분께 미리 말한다.
그거는 니가 알아내야지 남자인 내한테 물으머 내는 우짜라꼬? 니가 그래 쎈수가 없으니 연애를 몬하는 기다, 가시나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