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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 유포죄
게시물ID : sisa_784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송
추천 : 4
조회수 : 877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0/01/26 01:05:03
인터넷에 허위사실, 좀 구식으로 표현하자면 유언비어를 유포하면 법적인 죄, 즉 범죄가 구성이 될까요? 

심지어 요즘에는 허위사실을 써 올린거 말고, 남이 쓴 내용을 퍼나르는 경우에도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경찰이 주장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저는 법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관련된 법조문을 읽고 이해할 정도의 능력은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일반인들이 착각하기 쉬운 내용들이 좀 있어서 얘기를 좀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인터넷 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조항은 없습니다. 법조항이 없으면 처벌도 없어야 합니다. 그게 죄형법정주의입니다. 

명예훼손이라는 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은 상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이 되면 죄가 됩니다. 즉, 사실을 말하거나 허위를 말하거나 상관없이 다중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데 그 내용이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면 죄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갑돌이가 실제로 바보인데, 제가 사람들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갑돌이는 바보입니다" 라고 외치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갑돌이가 실제로 바보라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갑돌이가 실제로 바보도 아니라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됩니다. 이거 굉장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해서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민사소송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언론의 경우라면 공익성에 의한 면책조건이 붙어서 훨씬 더 자유롭습니다만, 개인 블로거등이 언론의 대우를 받지는 못하겠죠. 

그런 살벌한 명예훼손도 약한 구석이 있긴 합니다. 즉, 명예를 훼손당한 당사자가 고소를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면, 맞거나 죽은 사람이 고소를 하지 않아도 제3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수사가 시작되고 검찰이 기소를 하게 되지만,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기 전에는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명예훼손과 유사한 것은 모욕죄가 있습니다. 굳이 갑돌이가 지능이 모자르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아도, 갑돌이는 개새끼다~ 뭐 이런 얘기를 하게 되면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갑돌이가 사람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개의 자손이라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으잉??)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정도는 모욕죄로 분류가 됩니다. 

그러나, 이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허위사실 유포"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오히려 사실이거나 거짓이거나 그건 둘째 문제고 실제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는가, 모욕을 했는가 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명예훼손의 경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처벌정도가 더 강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순히 허위사실을 다중에게 널리 알렸다고 해서 처벌받을 일은 없습니다. 이게 참 애매한 부분인데.. 사회적으로 다중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그 거짓말만 가지고 처벌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해서 돈을 취했으면 사기죄, 명예를 훼손했으면 명예훼손죄, 이런 식이지 거짓말을 한 자체를 놓고 처벌하지는 않는 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누군가가 멋진 글솜씨로 정부의 잘못을 호되게 나무라는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립니다. 그 글이 인기를 끌어서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읽게 되고 정부의 정책수행 지지율이 떨어집니다. 이곳 저곳에서 그 사람의 글의 내용을 주제로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고,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정부는 이 글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정부를 비판했다고 해서 처벌할 도리는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런 글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지도 않습니다. 정말 처벌하기 힘듭니다. 전쟁때라면 그거 유언비어 유포죄로 잡아 넣으면 간단합니다. 그러나 그런 쉬운 법은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그럴 때 남은 것이 허위사실 유포라고 우기면서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것입니다. 그런데 허위사실 유포 자체는 형법상 명시된 죄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습게도 전기통신법에 보면, 전기통신장비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대한 처벌 조항이 하나 살아 있습니다. 사실 이건 전보나 팩스로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주가를 조작하거나 뭐 그런 행위를 막기 위해 초창기 전신타자, 전보, 팩스등의 기술이 도입 될 때 만들어 놨던 사문화된 법조문이었습니다. 

이 케이스가 바로 미네르바 처벌에 적용된 전기통신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사족이지만, 저는 미네르바가 그리 훌륭한 경제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미네르바를 이런 식으로 엉뚱한 법조문을 끌어다가 처벌하려고 하는 정부를 보고 참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인터넷도 아니고 방송이 문제가 됩니다. 피디수첩에서 광우병 보도를 하고 촛불시위가 거세게 일어나고, 그러니까 이제는 정부 정책 담당자가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고소를 하고 나섭니다. 전기통신법 적용이 안되는 방송이었으니까요. 

그 뒤에 진행된 내용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결론은.. 

허위사실 유포나 유언비어 유포죄라는 것은 없다는 원칙을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를 향한 비판은 옳거나 그르거나 상관없이 그 영향력에 따라 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사문화된 법조문을 끌어내서라도 처벌을 하려고 시도하고, 그 시도가 원칙적으로 말도 안되는 수준이라서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더라도, 그 동안 당사자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는 정도로 비참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2010년 현재,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정부의 쪽팔리면서도 비참한 단면이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순위 100위권 밖의 후진국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살겠습니다. 하지만 경제규모로 10위권이며, 낮게 잡아도 세계 15위권 국가이면서 이런 정부를 거느리고(정부는 머슴입니다. 결코 모시고 사는게 아닙니다.) 살려니 진짜 어디가서 부끄러워 말도 못할 심정입니다. 

예상되는 댓글 : 그런 정부의 수반은 누가 뽑았나, 우리 국민들이 뽑은거 아니냐, 전과14범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 주제에 말도 많다.. 

하지만, 저는 진짜로 안 뽑았습니다. 그래서 더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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