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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숲으로 간다
게시물ID : lovestory_887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1/02 01:04:2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9vmcqS01USM






1.jpg

백무산숲으로 간다

 

 

 

높은 산에 올라 구름 아래 마을을 보면

사람과 마을들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산을 처음 올라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저것이 저리 하찮은 게 아니라

천지가 저리도 크다

우리가 살다 가는 곳이 티끌보다 작고 짧으나

그것도 한 세상 천지의 조각도 천지

 

마음의 넓은 자리에 올라서 보면

삶이나 역사나 인간의 능력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처음 내려다본 사람이 아니라면

영원 조각도 영원이라는 것을 알리라

 

다만 티끌만큼 작은 세상에 사는 내가

산 위에 사는 나에게 나날이 들키며 산다

그 일도 지겨워

숲으로 나는 간다







2.jpg

정호승물의 꽃

 

 

 

강물 위에 퍼붓는 소나기가

물의 꽃이라면

절벽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물의 꽃잎이라면

엄마처럼 섬기슭을 쓰다듬는

하얀 파도의 물줄기가

물의 백합이라면

저 잔잔한 호수의 물결이

물의 장미라면

저 거리의 분수가 물의 벚꽃이라면

그래도 낙화할 때를 아는

모든 인간의 눈물이

물의 꽃이라면







3.jpg

김명인황금 수레

 

 

 

세상 끝까지 떠돌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마침내 침상조차 등에 겨워졌을 때

못 가본 길들이 남은 한이 되었다

넘고 넘겨온 고비들이 열사(熱沙)였으므로

젊은 날의 소망이란 끝끝내 무거운

모래주머닐 매단 풍선이었을까

오랫동안 부풀려온 바람이라면

허공에도 질긴 뿌리가 벋는다는 것

가본 세상이거나 못 가본 어느 입구에서

머뭇거리다 내다 버린 그리움들 쌓여갔지만

가지를 벗어난 적이 없는 저 나뭇잎들

세계의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손짓한다는 것을

그는수척한 침상 너머로 비로소 바라본다

창밖에는 다음 세상으로 굴러가려고

황금수레들이 오래오래 환한 여장을 꾸리고 있었다







4.jpg

최동호얼음 얼굴

 

 

 

거품 향기찬 면도날

출근길 얼굴

저미고 가는 바람

 

실핏줄 얼어푸른 턱

이파리 다 떨군

나뭇가지

 

낙하지점찾지 못해

투명한

허공 깊이 박혀

 

눈 거품 얇게

홍시 얼굴 하나







5.jpg

김제현몸에게

 

 

 

안다

안다

다리가 저리도록 기다리게 한 일

지쳐 쓰러진 네게 쓴 알약만 먹인 일 다 안다

오로지 곧은 뼈 하나로

견디어 왔음을

 

미안하다어두운 빗길에 한 짐 산을 지우고

쑥국새 울음까지 지운 일 미안하다

사랑에 빠져 사상에 빠져

무릎을 꿇게 한 일 미안하다

 

힘들어하는 네 모습 더는 볼 수가 없구나

너는 본시 자유의 몸이었나니 어디로든 가거라

가다가 더 갈 데가 없거든 하늘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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