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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가 나에게 안부를 묻다
게시물ID : lovestory_886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28 09:32:5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SLPqfQCt0Fo






1.jpg

김재진마음의 절

 

 

 

마음이 먼저 가 절을 만난다

더러는 만남보다 먼저 이별이 오고

더러는 삶보다 먼저 죽음이 온다

설령 우리가 다음 생에서 만난다 한들

만나서 숲이 되거나

물이 되어 흘러간들 무엇하랴

절은 꽃 아래 그늘을 길러 어둠을 맞고

문 열린 대웅전은 빈 배 같아라

왔어도 머물지 못해 지나가는 바람은

이맘때 내가 버린 슬픔 같은데

더러는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오고

더러는 용서보다 상실이 먼저 오니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한 생은 눈물 같아라






2.jpg

곽도경부용

 

 

 

키 훤칠한 꽃 한 송이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흙 담장

안간힘으로 받치고 서 있다

 

태풍 불고 폭우 쏟아지던 한 계절

힘없는 것끼리 안아주고 붙잡아 주며

무탈하게 잘 건너왔다고

서로 어깨 토닥여 주며 서 있다

 

몇 해 전

암으로 남편 먼저 딴 세상 보낸

내 친구 숙이

그 키만 멀대같은 가스나

 

어린 두 딸 부둥켜 안고

터지는 울음 목젖으로 넘기며

남몰래 눈물 훔치고 서 있다

그녀 어깨위에

호랑나비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3.jpg

장순익내가 나에게 안부를 묻다

 

 

 

보내주신 백계동 녹차를

오늘에야 개봉을 했습니다

막연히 함께 나눌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단풍 들고

낙엽 지고

겨울이 깊어졌습니다

밀어둔 신문 한꺼번에 읽다

손 시린 아침

찻물 끓여 쟁반에 놓고

두 개의 잔을 놓으려다 흠칫했습니다

 

차 한 잔을 따라

두 손으로 감싸 쥘 때

뜻밖입니다

내가 내 손을 잡아준 지

참 오랜만입니다

 

덕분에 내게 안부를 묻습니다

녹차 잎이

계절을 모르고

마음 가는 쪽으로 잎 펼쳐갑니다







4.jpg

김충규발자국

 

 

 

비 온 뒤의 질척한 산길에 찍힌

사람 발자국이 헉헉

산의 정상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발자국 위에 느리게 내 발자국 놓아보다 혹

이 발자국 저승을 향해 걸어간 이의

마지막 발자국이 아닌가

싶어 숨결이 확 격렬해졌다

순간 휘청쓰러지는 나를

곁의 나무가 안아주었다

나는 그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 더 포개지 않았다

겹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내 발자국을 찍으며

가끔씩 휙 뒤돌아보았다 혹

누가 내 발자국 위에

자신의 발자국 놓으며 오지 않는지

나를저승 향해 걸어간 자로 착각하지는 않는지

한번 달아오른 숨결

쉬이 잔잔해지지 않았다







5.jpg

오봉옥()

 

 

 

어느 날

피투성이로 누워

가쁜 숨

몰아쉬고 있을 때

 

이름도 모를

한 천사가

제 몸을

헐어주겠다고 사뿐

 

사뿐

 

사뿐그 벌건 입속으로

걸어 들어온 뒤

다시 하늘로

총총

사라져 간 것이다

 

그 뒤 난

길에 침을 뱉거나

무단횡단을 하다가도

우뚝우뚝

걸음을 멈추곤 하였는데

 

그건 순전히

내 안의 천사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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