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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마음은 항상 너에게 있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86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23 08:08:2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C565DyFNuaM






1.jpg

김명원(), ()

 

 

 

오늘은 내가 나부낀다

바람이 성근 신발을 여미는 때

하냥 졸던 논두렁이 마른 얼룩을 부비는 때

어긋난 서편 사이로 떠오른 개밥바라기별이 두근두근 저녁을 모으는 때

밥 짓는 연기 한 포기은빛 가을꽃으로 눈물겹게 피어나는

그 그 그 때

자욱한 먼지들로 살아나는 당신

내가 밀려간다






2.jpg

박후식일몰

 

 

 

산길을 가다보면

돌 끝에도

햇빛 앙금이 묻어 있다

누가

보냈을까

산골 할머니가 밭고랑 끄트머리에서

자꾸 흘러내리는 햇빛을 고랑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할머니가

돌멩이처럼 작아지고 있다







3.jpg

박철지리산에 살 때

 

 

 

마음은 항상 너에게 있었다

이른 아침 꿈에 놀라

뒤척이다 누워 여명 속에 운무를 마셨다

구름을 마셨으므로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산이건만 나무 한 그루 바위 한쪽 볼 수 없었으며

산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오직 너만이 하얗게 다가왔다

너는 역경이었다

처음엔 외로움도 친구였으나

시간이 지나 그도 내게 등을 돌렸다

무섭고 서럽던 무릉도원에서

내가 한 짓이라곤

밤새도록 구름 하나 부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 년을 살다 내려왔을 때

나는 미쳐 있었다







4.jpg

김종제고백

 

 

 

달다

농익어서

저절로 터진

말씀 한 알한 알

 

단숨에

꿀꺽 삼켜

씨 뱉었더니

벌써 꽃 피었네

 

누군가 몸도 주고

무덤까지도 원하는 저 열매






5.jpg

강경호나무의 정신

 

 

 

죽은 나무일지라도

천년을 사는 고사목처럼

나무는 눕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내 서재의 책들은

나무였을 적의 기억으로

제각기 이름 하나씩 갖고

책꽂이에 서 있다

 

누렇게 변한 책 속에

압축된 누군가의 일생을

나는 좀처럼 갉아 먹는다

나무는 죽어서도

이처럼 사색을 한다

 

숲이 무성한 내 서재에서는

오래 전의 바람소리새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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