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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바람 부는 날에 알게 되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86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21 08:16:0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MhzLtz8dGDg






1.jpg

김미정봉숭아

 

 

 

우리가 쌓아 올린 돌멩이 하나 꽃잎에 떨어지고

난 그 꽃잎을 손톱에 올리며 오늘 하루를 묶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내게 준 까만 씨앗들이

바람에 날리는 날들이 이어지고

노래는 너무 이르게 끝나버리더군요

 

달력의 동그라미는 당신의 손톱처럼

나를 더듬으며 자라고

 

점점 느려져가는 시간들은

당신과 내가 앉아 있던 풍경을

흔들어 깨웁니다

 

어느 순간 가까운 거리가

점점 아득해지는 그 때

동그라미는 날개도 없이 날아갔습니다

 

둥근 원심력의 굴레는 늘 견고했던가요

 

빙그르르 돌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결혼반지처럼

되돌아오지 않는 것과 처음부터 없었던 것들

 

밤하늘을 건너는 별을 따라

이제 우리의 손톱은 초승달로 뜰까요

 

붉은 포도주를 마지막으로 머금었던지

하늘은 보랏빛으로 멍들고







2.jpg

이문형태백 가는 길

 

 

 

하늘의 침묵이 무게로 내려앉아

청빈한 생명들로 손짓하는 안개바람

사랑을 품을 값으로

지신(地神밟고

가는 길

세상은 아름답고 또한 슬픔이라

아래를 굽어보면 오를수록 본디 모습

나마저 떨쳐버리고

청정으로

가는 길

몇 번을 거듭나도 윤회되어 돌아든다

이제는 떠나리라 솟대 끝에 매단 업보

앞으로 내달아봐도

태고에 닿는

길 위의 길







3.jpg

김이강바람 부는 날에 우리는

 

 

 

바람 부는 날에 알게 되었다

슬픔에 묶여 있는 사람들의 느린 걸음걸이에 대하여

 

고요한 소용돌이에 대하여

줄을 풀고 떠나가는

때 이른 조난 신호에 대하여

삐걱삐걱 날아가는 기러기들에 대하여

아마도 만날 것 같은

기분뿐인 기분

아마도 바위 같은

예감뿐인 예감

 

어디선가 투하되고 있는 이것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구부려도 펴도 나아지지 않는







4.jpg

오명선가을 판화

 

 

 

시큰거리는 관절이 내려앉는 계절

낙엽은 쉼표를 찍으며 나무의 발등으로 내려앉는다

 

저 회전의 공법

쉼표가 마침표가 되는 날

계절은 얼마나 멀리 떠나 있을까

 

열매의 내부에 고인 날카로운 빛깔은

성긴 바람이 할퀴고 간 덧난 사랑

아무도 모르게

밤의 속살에 새긴 그리움의 기록이다

 

선뜻 다가설 수 없어

망설이다 금이 간 시간들을 수없이 찍어내는

저 가을 숲

놓쳐버린 날들을 앓고 있다

 

스산한 가을 숲의 무게만큼

눈시울에 맺힌 내 상처가 가을의 풍경으로 복사된다







5.jpg

이강하붉은 첼로

 

 

 

어둠 속 빛을 겨냥하는 소리는 신중하다

빛을 품은 축축한 것들이 구름 속에서 발화되는 것처럼

구름이 태양을 알아가는 깨달음의 현()

 

둥근 턱을 바랬으나

뾰쪽한 턱이 더 많았던 시간

그러나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나뭇가지 슬픔도 감수한

나이테 속 무중력의 악보들

덜 여문 관계까지 눈치 챈 이 빗소리를 무엇이라 불러야하나

 

뼈를 깎는 논쟁이 있었기에

온 세계가 모여 만찬에 들 수 있는 것

이 세상 하나 밖에 없는 악기로 부산떠는 거지

지난 잘못을 이제는 다신 거론 말자

정작 상처 입은 사람은 왜 말이 없는지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현재의 실상에 박수를 치는 거지

 

돌아서는 내가 두렵다

내일은 언제나 다이어트뚱뚱하게 내리꽂는 비의 변곡점에

눈을 떼지 못한 너도 두렵다

야누스를 복면한 빗방울들이

어느 복지관 굴뚝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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