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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휘어진 못 하나
게시물ID : lovestory_88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17 08:14:1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q5TaWjysDWU






1.jpg

신진겨울에는 옷을 벗는다

 

 

 

나무는 겨울에

옷을 벗는다

어린 싹이 덮으라고

옷을 벗는다

 

땅은 겨울에

옷을 벗는다

흙더러 덮고 견디라고

옷을 벗는다

 

사람은 겨울에

옷을 벗는다

사랑이여추운 네가 덮으라고

서로 옷을 벗는다







2.png

문인수설안사

 

 

 

이 거친 산악에

웬 평지가 하나 숨어있다

밤새 내린 눈이 참 편안하게 깔려있다

나는 거기다가 커다랗게 썼다

 

설안사(雪安寺)

 

산이 험할수록 고요의 자리는 깊다

용서하시라내 마음 어디

절 지은 적 있다







3.jpg

송진환휘어진 못 하나

 

 

 

휘어진 못 하나

길 잃고 낯선 곳에서 혼자

굴종의 아픔 참아내는 중입니다

보도블록 틈새 비집고 누워 멀거니 하늘 보며

 

한때는 반짝이던 날 있었습니다

제 무게로 온전히 버틸 수 있는 곳 골라

탕 탕

꿈꾸던 날 있었습니다그러나

 

당당하던 삶 한 순간 휘어지고 말아

아득히 잊혀 진 채 변방으로 밀려 오늘은

서럽게 하늘이나 봅니다

이런 날 하늘은 더 차도록 눈이 시려

휘어진 못 하나

자주 돌아눕습니다

 

돌아누워 곰곰 생각했습니다

이만치 밀려오는 동안

굽이진 자리마다 늘 바람 거칠어벌겋게

 

풍화되던 삶 흉터로 남은 것을

세월 탓에 이제

굽은 등마저 끊어질 듯 위태로운 것을

 

서러운 가을볕이

저무는 시간을 애써 떠받치고 있습니다






4.jpg

함민복앉은뱅이 저울

 

 

 

물고기 잡는 집에서 버려진 저울 하나를 얻어왔다

 

저울도 자신의 무게를 달아보고 싶지 않았을까

양 옆구리 삭은 저울을 조심 뒤집는다

 

삼 점 칠 킬로그램

무한천공 우주의 무게는

0이더니

거뜬히 저울판에 지구를 담은

네 무게가 지구의 무게냐

뱃장 크다

지구에 대한 이해 담백하다

 

몸집 커 토막 낸 물고기 달 때보다

한 마을 바지락들 단체로 달 때 더 서러웠더냐

목숨의 증발 비린내의 처소

검사필증정밀기계 딱지 붙은 기계정밀아

생명을 파는 자와 사는 자

시선의 무게에서도 비린내가 계량되더냐

 

어머저 물고기는 물 속에서 부레 속에

공기를 품고 그 공기로 제 무게를 달더니

이제 공기 속에 제 몸을 담고 공기 무게를 달아보네

봐요물이 좀 갔잖아요

푸덕거림 버둥댐 오역하던 이도 지금은 없고

옅은 비린내만 녹슨 폐인트 껍질처럼 부러진다

 

저울은 반성인가

 

늘 눌린 준비가 된

바다 것들 반성의 시간 먹고 살아 온

간기에 녹슨 앉은뱅이저울은

바다의 욕망을 저울질해주는

배 한 척과 같은 것이냐

 

닻 같은

바늘을 놓아버릴 때까지 저울은 거울이다







5.jpg

이송희뭉크의 겨울

 

 

 

어디서 흘러왔나

저 붉은 울음은

 

안개 속을 떠돌던 말더듬이 소년의 꿈

 

밤새워 폭설이 덮인

유년의 골목길

 

신음처럼 흐르다 녹아내린 피오르

타인의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병든 계절

 

불안한 마음 하나가

훌쩍이며 떠다녔다

 

오도 가도 못하고 얼어붙은 발자국들

상복 입은 겨울이 거울 밖으로 걸어 나온다

 

덧칠한 슬픔 한 폭이

눈 시리게 환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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