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다가 잠깐 머리를 식히러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 뽑아들고 도서관 앞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흐.. 이제 자료 정리는 다 했고... ppt만 만들면 되나?
보노보노를 배경으로 쓰면 안 된다고 조장이 그렇게 말을 했으니...
포로리나 너부리로 하면 되겠다.'
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던 중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득 선배!!"
뒤를 돌아보니 신입생 미정이와 은희가 있었다.
"어? 미정아, 은희야. "
"선배, 안녕하세요? 도서관에 계셨나봐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정이가 싱긋 웃었다.
옆에 있는 은희도 호감형의 얼굴을 자랑하는 후배지만 미정이만큼은 아니다.
미정이는 이미 우리 과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서 미인으로 유명한 후배였다.
그런 미정이가 나에게 웃으며 인사를 해주니 과제로 인해 쌓였던 피로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어. 과제를 하느라.. 너희는?? 너희도 공부하러 온거야?"
"아뇨. 저희 수업 다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예요."
"미정이네 집에서 저 오늘 자고 가려구요."
은희가 미정이의 팔짱을 끼며 새초롬하게 말했다.
"미정이네서? 같이 밤새면서 해야 할 과제라도 있는거야?"
"그게 아니라요, 미정이가 무섭다고 해서요."
"무섭다고? 무슨 일 있어?"
은희를 가만히 바라보던 미정이가 대답했다.
"사실... 제가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데요. 요즘 학교 주변에서 누가 다쳤다는 무서운 소식도 들리고
뉴스에서도 안 좋은 소식들도 많고 해서요. 혼자 있기 가끔 무서울 때가 많거든요."
미정이가 대답하면서도 소름 끼친다는 듯 어깨를 살짝 들썩였다.
"그래서 오늘 은희가 저희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어요. 계속 같이 있어줄 순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은희덕분에 든든할 것 같아요."
"걱정할 것 없어. 학교 주변이라 밤 늦게 떠드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위험할 정도는 아닌걸?"
"그래도요. 워낙 요즘 무서운 소식도 많이 들리고 해서...."
"걱정할 것 없을텐데..."
"에이 선배는 군대도 다녀온 신체 건강한 남정네라서 그렇게 자신있게 말씀하시는거죠.
저희는 한 송이 가녀린 민들레같은 아이들이라 조심할게 많답니다."
가볍게 농담으로 받아치는 은희의 대답에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 그러면 저희 이만 가볼게요. 공부 열심히 하시구요."
"그래. 미정아. 은희야. 조심해서 가. 다음에 보자."
그렇게 미정이와 은희를 보내고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계속해서 의문이 생겼다.
무섭다고??
위험할 것 같다고??
아닌데.... 걱정할 거 없는데...
미정이네 자취방이 조금 좁아서 그렇지 지내기 위험한 곳은 아닌 것 같던데...
아무리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고는 해도
미정이는 밤에 문단속도 잘 하고 자니까 괜찮을텐데...
미정이가 잘 때 목이 말라서 옷장에서 잠깐 나와서 부엌으로 갈 때 보면
창문이고 문이고 할 것 없이 문단속 다 잘 되어있던데...
옷장에서 잘 때 자세가 불편해서 미정이가 자는 침대 밑으로 들어갈 때 보면
새벽에 술 취해서 돌아다니는 사람 소리도 안 들리고 주변 환경도 조용하니 좋고 말이야...
이상하네....
걱정할 거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