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길 잃은 남자
비를 맞으며 밤 거리를
어색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가야할 길을 잃은 듯
두리번 거리는 모습과
젖은 머리가 왠지 초라해 보인다.
길을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뚜벅뚜벅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있다.
낯선 곳 비오는 길을 걸으며
빨려 들어가고 싶을 만큼 달콤했던
그의 짧은 순간을 떠올려 본다.
한 발자국 내딪을 때 마다
주름이 하나 씩 사라지고
비루했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그의 인생을 그를 위해 살았던 때,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길이 아닌
오롯이 자신만의 길을 산책하는 남자가 보인다.
"아부지, 밤 늦게 어디서 뭐하는교?"
걸려온 전화에서 들려온 소리에
다시 주름이 생기고 입가가 메말랐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잃은 것이 길 만은 아니었구나 생각하며
원래 가야할 길로 다시 터벅터벅 걸어간다.
비에 젖은 발바닥이 제법 축축한지
돌아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