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낮에 있었던 일입니다.
점심 식사후 바람도 쐴겸 인근 아파트 뜰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와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버스 승강장이 가깝고 상가가 근처에 있는 고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긴 해서 조심스레 다 마신 커피잔에 오유의 첫사랑 썰을 보면서 앉아 있었는데 내가 앉은 옆 벤치 뒤로 한 꼬마가 조용히 다가 오는 것입니다.
뭐지? 하고 바라 보니 옆 벤치 등받이에 잠자리가 앉아 있는 것입니다.
꼬마는 두 손을 가슴까지 올리고 잠자리 가까이로 접근을 하고
그 모습에 난 그대로 심쿵....
거의 잡힐쯤에 아쉽게도 뾰료롱 앞 나무가 심어진 화단 경계석으로 잠자리는 날아가 버리고
"야! 쫌 성급했다."하는 나의 말에
꼬마는 조그막게 "걱정 하지 말아요"하고는 순시간에 훌쩍 벤치를 뛰어 넘고는 잠자리를 따라가 다시 잡을 자세를 취하는데 잠자리는 다시 뾰료롱 옆 화단으로 날아가고 꼬마는 숨까지 참으며 드디어 잠자리의 날개를 쪼그만 손가락에 끼우고 나를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거다.
아이고 내심장아 .
그제서야 부모와 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왔으며 "아들 머해?" 하는 아빠 말에도 일곱살로 보이는 이 꼬마는 대꾸도 않고
엄마 옆에 있는 킥보드를 타고 한 손엔 잠자리를 살포시 잡고서 순시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