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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우, 그대의 별
오늘따라 저 별은 왜 유난히
빛나는가?
그대의 별
젊은 날 고스란히 세상을 위하여
몸 던지고
때로는 숲에 숨고 땅 밑으로
천리를 오가던 사람
그대가 맨손으로 어둠을 이겼으니
그대의 큰 이름 아래서는
집 밖에 누워도 두렵지 않고
다 같이 가난함도 결코
가난이 아니구나
아름다운 이여, 떠나가지 마라
그대의 눈부신 저 별빛
한 세월 깊이 파인 모든 가슴에
물처럼 가득히 넘칠 때까지는
나희덕,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뿌리처럼
모래 한 알을 붙잡고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등을 떠밀었다
너를 날려버릴 거야
너를 날려버릴 거야
저 금 밖으로, 흙 밖으로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수천의 입과 수천의 눈과 수천의
팔을 가진 바람은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누군가의 마른 종아리를 간신히 붙잡았다
그 순간 눈을 떴다
내가 잡은 것은 뗏목이었다
아니, 내가 흘러내리는 뗏목이었다
장석남, 여름 숲
저만치 여름 숲은 무모한 키로서 반성도 없이 섰다
반성이라고는 없는 녹음뿐이다
저만치 여름 숲은 성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섰다
비바람이 휘몰아쳐 오는 날이면 아무 대책 없이 짓눌리어
도망치다가
휘갈기는 몽둥이에 등뼈를 두들겨 맞듯이 휘어졌다가 겨우,
겨우 펴고 일어난다
그토록 맞아도
그대로 일어나 있다
진물이 흐르는 햇빛과 뼈를 익히는 더위 속에서도 서 있다
그대로 거느릴 것 다 거느리고 날 죽이시오 하듯이
삶 전체로 전체를 커버한다 조금의 반성도 죄악이라는 듯이
묵묵하다
그건 도전이다
그래도 그 위에 울음이 예쁜 새를 허락한다
휘몰아치는 그 격랑 위의 작은 가지에도 새는 앉아서 운다
떠오르며 가라앉으며 아슬아슬하게 앉아
여름의 노래를 부른다
새는
졸아드는 고요 속에서도 여름숲을 운다
성보다도 높이, 살림보다도 높이
여름을 운다
채호기, 감귤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오돌오돌한 감귤 껍질
누군가 껍질을 까면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
먹을 수 없어서 망설입니다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것들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이성부, 깔딱고개
내 몸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하는 길입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올라오라고
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이리 고되고 숨 가쁜 것 피해 갈 수는 없으므로
이것들을 다독거려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무둥치를 붙잡고 잠시 멈추어 섭니다
내가 올라왔던 길 되돌아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워 나는 그만 어지럽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
나를 감싸 안을 것이니
내가 지금 길에 얽매이지 않고
길을 거느리거나 다스려서 올라가야 합니다
곧추선 길을 마음으로 눌러앉혀 어루만지듯이
고달팠던 나날들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
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
천천히 느리게 가비얍게
자주 멈춰 서서 숨 고른 다음 올라갑니다
내가 살아왔던 길 그때마다 환히 내려다보여
나의 무거움도 조금씩 덜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