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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88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상크리엄★
추천 : 1
조회수 : 3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24 07:55:29
치자꽃 설화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돌담 뒤에 몰래 숨어서 그만 보고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는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및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돋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져가는 여인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설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믈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는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 박 규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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