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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에 대한 뼈저린 반성, 후회... 그리고 감동
게시물ID : lovestory_689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낮에도병나발
추천 : 11
조회수 : 94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9/24 11:47:22
얼마전에 고민게에 글 올렸던 사람이에요..
카드값부터 생활전반에 걸쳐서 많은 고민과 우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단 밀린 카드값부터 끝내야겠기에, 지금 하는 일 외에 다른 일을 알아보다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죽을 맛이었어요. 정말 죽을것 같았습니다.
하루 일당이 7만원... 잔업포함 11시간을 근무해야 받는 금액이었죠. 물도 못마시고, 눈칫밥 먹어가며, 욕들어가며... 그동안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힘들다고 징징댔던건 정말 지금 생각하면 쪽팔리고 혐오스러울 정도입니다.
내가 왜 감사하지 않았을까... 왜 만족을 몰랐을까...

그렇게 감사해 하면서 힘든 하루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급격히 나빠졌죠.
결제일은 다가오고, 나갈 돈은 많고, 게다가 투잡 하기엔 시간도 너무나 촉박했습니다..
그렇게 좌절하다보니, 어느새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고 있더군요. 불과 한두달 전 까지만 해도 사채는 쓰지 말아야지, 그건 패배자들이나 그렇게 하는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람이 진짜로 벼랑 끝에 서면 바람이라도 잡고싶어진다는 말이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하루이틀 대부업에 연락하고 부결나고를 반복하다가 오늘아침. 어머니께서 평소와 달리 말 없이 바깥을 나가시더라구요.(원래는 항상 어디 가신다고 말을 하시는데) 한 30분 지나서 집에 돌아오신 어머니가 00아 나와봐. 라고 무겁게 말씀하셔서 거실로 나갔습니다.

...정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다리가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어머니 손에는 200만원이 들려져 있었거든요.

.."00아, 어제 아빠가 너 통화하는거 다 들었다... 카드 쓰고 있었나보구나.."
"...네..."
"이제 좀 정신좀 차렸니?"
".네..?"
"돈에 쪼들려서 이리치이고 저리 치여보니까 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
정말 창피하고 얼굴 뵐 면목이 없어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돈이란게 그렇게 무서운 거다.. 너가 엄마한테 그렇게 대출 안받는다고 너는 절대 그럴일 없다고 호언장담 했던게 얼마전인데, 지금 널 봐라. 은행도 아니고 대부업에 손을 뻗고 있잖아.. 그래서 무서운 거야.. 정말 무섭지... 한번 쪼들리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도 어마무시하게 힘들어.."
"..네.."
".. 이거 아빠가 너한테 주라신다."
엄마 손에는 5만원짜리 40장이 들려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아빠는 제가 돈에 치여서 택배 상하차 하는거며, 대출 알아보고 있는것, 신용카드 사용하고 있던것 모두 알고계셧더라구요.

아빠는 어릴적부터 너무 무섭고 엄격하셧던지라 지금도 말을 잘 안하는 편인데, 그런 아버지가 제 이야기 한마디 안듣고 선뜻 도와주신거...
평생 지원하나 해주시지 않을 것 같았던 아버지가 주신 200만원에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회도 되고, 감사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그동안 방탕하게 살아온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아버지께서는 나중에 성공해서 갚으라고 하셧지만, 성공하던 안하던 부모님이 은퇴하시면 제가 봉양해야 하는것이 당연한지라, 다음 월급날부터 꼬박꼬박 갚아 나가려구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제 자신이 한심스럽습니다.

바깥에 비가 오는데, 마음 속 응어리가 씻겨내려가는것 같습니다.
다 씻어보내고 저는, 이제 새 출발을 하려고 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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