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을 도둑맞을 뻔 했던 이야기
중 2때 겪은 일입니다.
정체 모를 무언가에게 눈알을 도둑 맞을 뻔한 적이 있는데
큰 뱀이 도와주어서 살았다는 신비한 체험입니다.
제가 불단을 모신 방에서 낮잠을 자는데 누군가가 얼굴을 누르며
감긴 눈꺼풀 위에 날카롭고 얇은 것으로 쿡쿡 찔려서
안구가 안쪽에서 꾸욱 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우 아팠습니다.
그 무언가가 계속 "이건 상당히 괜찮군" "겨우 찾았네"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제 글렀구나 하고 포기하던 그때, 제 몸을 무언가 따뜻한 것이 감쌌습니다.
쉭인지 캬악인지 그런 소리가 들렸나 싶던 찰나, 눈의 아픔이 싹 가셨습니다.
무겁게 짓누르던 공기가 사라지고, 굳어 있던 몸이 점차 편해지더니
제 몸을 감싸던 그 무언가가 한 마디 했는데
"칠 일을 견디면 빛이 돌아올 것이다"
라고 머릿 속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불경같은 소리도 들리고, 제 위에 스르륵 올라왔다고 생각했더니
꾸욱꾸욱하고 눈 위를 살짝 눌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누르는 느낌은 따뜻하기도 하고 눈 마사지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 후, 두 눈이 부어 오르는 바람에 병원에 갔지만 원인불명이라 검사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이대로 실명하는 게 아닌가 하고 불안했지만
들었던 대로 일주일 후 아침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붓기도 가라앉았습니다.
시력도 별 문제 없었습니다.
저를 도와준 게 큰 뱀이었다는 건 이틀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부터 저희집의 불단을 모신 방에는
큰 뱀과 부처님 그림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 안의 큰 뱀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특히 할머니)은 딱히 당황하지도 않았고,
그때 처음으로 밝힌 제 이야기를 듣고도 "그렇구나"하고 큰 반응이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말해주신 이야기는, 그 그림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으며
집에 사는 큰 뱀이 무사히 수행을 마치고 신이 되기를 비는 마음을 담아
아주 옛날에 신관님이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큰 뱀은, 친척 삼촌이 불길하다며 산에 버린 일이 한 번 있었다고….
삼촌은 죽일 생각이었지만, 무슨 영문인지 따라오던 제(당시 두 살)가 울면서 사이에 끼어들어
어린 몸으로 큰 뱀을 질질 끌며 집에 돌아왔다…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할머니는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흙투성이에 울면서 뱀을 끌고 돌아와서 깜짝 놀랐지 뭐냐"
하며 웃으셨습니다.
할머니 말씀이, "그러니까 그 뱀이 은혜를 갚으러 온 게 아닐까" 하셨습니다.
제가 뱀의 도움을 받은 그 해에, 그 큰 뱀이 수행을 마치고 신이 될 거라 했던 해였다고 합니다.
신기한 체험은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평생 잊지 못 할 겁니다.
큰 뱀에게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눈알을 뺏으려고 한 것의 정체에 대해서 할머니는
"모르는 게 나아"라며 알려주지 않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