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쓰다. 야, 거기에 한 번 맡겨보라니까?" - "됐어, 난 그냥 내 와이프가 세탁해주는게 제일 좋다. 비싼돈주면서까지 맡길 이유가 없어요~" - "그 세탁소가 값도 싸고 제일 유명해, 너도 거기에 맡겨보면 바로 이해하게 될거다. 잔말말고 한번 맡겨봐 시간도 절약하고 좋아 인마."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놓고 걸죽한 소리와 함께 진수가 말했다.
진수는 항상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세탁소에 들른다고한다. 제수씨가 해주는 건 찝찝하다나..
불알친구인 현준이, 종호, 상진이도 진수가 추천해서 이용해보고 단골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술자리 2차의 술안주는 항상 그 세탁소다.
- "야 현준아 내 마음까지 정갈해지는거 같아 안그러냐?" - "그러니깐, 진수야 왜 이제야 알려줬냐, 괜히 그동안 내 와이프만 고생시켰잖냐" - "미안, 근데도 민우 저새낀 제수씨만 고생시키고 있다 참.." - "됐어요 됐어~ 걱정해줘서 고맙다. 근데 난 아직 생각없다."
그 세탁소에 있는동안에는 걱정이나 고민까지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고한다. 탁한 마음이 잠시나마 씻은듯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헛소리하지말라는 핀잔과 함께 소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야, 오늘도 마침 한 번 들리려고 했는데 같이가자" -"오 좋다좋다, 나도 갈라했어!" -"아.. 별로 안땡기는데.." -"야야 그냥 일어나!! 어차피 갈때 다같이 가야지"
얼떨결에 따라온 새탁소는 늦은 시간이지만 영업이 한창이다. 운이 안좋으면 먼저 온 사람들의 세탁이 모두 끝날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세탁은 거울이 걸려있는 방에서 진행되는데, 세탁되는 것을 보고있으면 그 과정에 나도모르게 빠져들어 몰입하게된다.
거울을 보면서 내 코에서 나오는 술냄새와 몸에 배어있는 삼겹살 기름냄새, 지하철 옆자리에 앉아있을때 배인 여자 향수가 유독 진하게 느껴진다. 모든 욕구들을 다 씻어내고싶다.
(중략)
-"아.. 이래서 유명한 세탁소에 가야한다고 하는구나.. 와이프나 내가 스스로 했던거랑은 뭔가 차원이 다른데." -"거봐 인마, 내가 뭐랬냐 ㅋㅋ 진작에 올걸 그랬지?" -"좋다야 ㅋㅋ 이 기분 그대로 2~3일 또 빡시게 일해보자!"
세탁소를 나와 역시 여기라는 살짝 상기된 목소리와 함께 다음에도 여기에 맡기자는 다짐을 하며 걸어가는 민우, 진수, 현준이의 옆에 포스터가 붙어있다.
"지나친 세탁은 본인의 정신건강에 좋지않으며, 가정 및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본 사업점은 어떠한 책임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