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바다를 가르는
칠흑같은 어둠이 사공의 눈앞에 드리워지고
이내 다시 별빛이 인도하는 아득한 검은 장막속으로
삐그덕- 사공은 낡은 빠지선을 밀어 붙인다.
용왕님, 오늘도 온전하게 해주옵소서-
늘 되뇌이던 그 말, 그 말을 또 되뇌어보던 그 날,
사공의 머리 위로,
여염집 둥그런 호롱 같이 하얗고 둥근 달,
달님은 고고하게 까만 바다를 가른다.
찰나, 멍하니 갈라진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출렁거리는 빠지선 한 켠을 휙- 굽어보고
사공은 달님덕에 안사람의 검버섯과 자그러진 주름을 눈에 담는다.
가르자, 이 바다를 갈라내어 우리 여보 마누라 호강 시켜 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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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친구와 함께 어촌마을에 어로활동을 하시는 어르신을 조사하러 간 적이 있었죠.
그 날, 그 밤, 빠지선 위에 올라 바라보았던 까만 바다를 두쪽으로 가르던 달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잠 안오는 새벽,
많은 분들의 시를 읽고 그 날의 기억을 조금 각색해서 써보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