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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알바입니다 -강스압
게시물ID : menbung_161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뇌유뇌
추천 : 0
조회수 : 126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21 03:18:26
모 지역에 사는 모 치킨집 알바생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오늘 너무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찬찬히 생각해봐도 화가 풀리지 않아 푸념글을 올립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한 며칠 전 부터 가게 화장실에서 썩은 똥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냄새를 맡자마자 눈살 찌푸려지고 속이 뒤집어질 냄새이기에
사장님께서 하수도 공사를 시작했고,
가게 뒷편에 마련돼 있는 하수구를 검사하여 보니, 하수(똥물)가 막혀서 배수구를 넘쳐있었습니다.
가게 뒷편 바닥은 자갈, 모래 위에 철근을 얹고 그 위에 나무판자로 덮여 있는 구조입니다.
하수구 공사 후에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자, 사장님께서 뒤편 나무 판자들을 다 엎어보자 하셨습니다.
알바 서너명이서 일을 돕고자 나무 판자 들어내는 공사를 도와드렸습니다.
빠루 라고 하죠 긴 철 막대를 가지고 못 박힌 나무 판자 하나하나 들어내다가
일단 급한대로 1/3정도 하고 나머지는 밤에 손님들 좀 빠지면 (흡연공간이기 때문에)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다시 주 업무로 복귀해서 홀 서빙을 하던 중 뒤쪽에서
아직 저보다 한 살 형인 알바생이 사장님, 이사장님(말이 이사장님이지 사실 주차하시는 분입니다), 점장 형님(사장님 아들)과 함께
남은 판자를 다 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사실 알바생이 제일 힘들게 하고 있는 게 뻔했기에 (게다가 한 살 위인 형이 땀을 아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가게 홀도 좀 조용하고 해서 밖에 도우러 나갔습니다.
애초에 이 일을 하고 있는게 말도 안되는 거지만,
가게 분위기가 워낙 가족같고 사장님 사모님도 알바생들 친근하게 생각해주셔서
저는 좀 도와드릴 수 있는거지 하고 도와드렸습니다.
 
그렇게 나무판자를 다 들어내고
밑에 자갈과 모래가 깔렸댔죠?
그 중에 더러운 부분만 치우자고 하셨습니다.
내일 하면 어차피 사장님이랑 이사장님 둘이서 해야되니까 좀 도와줘하시길래
솔직히 아버지와 같은 연배의 사장님께 평소에 잘 해주시는거 고맙기도 했기에 군말없이 했습니다.
견디기 힘든 냄새도 참으면서, 바닥에 똥물 넘어온 흙 밟으며 신발도 버리면서, 팔, 다리, 얼굴에까지 그 똥흙 튀기면서
그래도 간만에 군대 생각난다면서 같이 하는 형 보고 '형 이거 솔직히 사우나 가야 돼요 ㅋㅋㅋ 끝나고 점장 형 한테 이야기하고 사우나 갔다와요'
하면서 그래도 웃으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게 더러운 흙 치우는 게 마무리 됄 즈음
참 먹자면서 라면 먹으면서 한타임 쉬었습니다. 배도 많이 고팠구요
사장님이랑 이사장님이랑 알바생 형이랑 저랑 이렇게 넷이서 라면먹고
남은 일 마무리 하러 삽 들고 치우러 갔습니다.
삽 한번 푸는데 사장님과 이사장님 둘이서 하시는 말씀이
이거 그냥 여기 있는 흙 다 퍼내면 되겠는데? 따로 시멘트 더 안 얹고 밑에 있으니까 흙이랑만 다 퍼내면 되겠는데 하면서
그러면 얘들 힘드니까 안에 있는애들 돌아가면서 교대로 하면 되겠다는 겁니다.
 
거기서 갑자기 화가 나더라구요
차마 당장 사장님한테 따지진 못하고
삽 내려놓고 가게 들어와서 같이 일하는 친구한테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점장형한테 이야기하자 해서
점장형 한테 이러저러하다 이야기했습니다.
화나서 두서없이 이야길 했지만
대충 정리하자면
'(상황이) 이러저러했다, 솔직히 제가 여기 홀 서빙하러 왔지 똥묻은 흙 삽질하러 온거 아니지 않느냐,
저런 일이 있으면 일꾼 고용해서 할 일이지 이게 알바생 써가지고 하는게 말이 되냐
저거 이젠 애들 돌아가면서 하라고 하는데 온 몸 더러워져서 서빙하고 하는게 될 일이냐'고 했습니다.
 
점장형이 듣고는 알았다 일단 너는 안에서 일하고 있어라 하곤 나가서
사장님이나 사모님께 한마디 했나 봅니다. 왜 알바애들 일 시키냐고
그러면서 점장형이 삽질을 합니다.
전 그냥 화난채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더러운 신발로 손 팔 얼굴만 대충 씻고 홀서빙 했습니다.
그 알바생 형은 바보같이 말도 못하고 그냥 일 계속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쉬러 들어왔을 때 제가 그거 왜 하고 있냐고 형이 그거하려고 여기 알바하는 거냐고
이건 너무하다고 하니까 그제야 형도 그만하고 들어와서 저처럼 더러운 몸으로 서빙을 합니다.
그 작업은 결국에 윗가게(윗가게도 같은 사장님이십니다) 알바생 한명 또 데려와서 시킵니다.
그 알바생은 또 군말없이 그걸 합니다.
그러고 얼마 지났을까
점장 형이 들어오더니 저한테 만원 주면서 신발 세탁비해라 하면서 하는 말이
 
'일단 니는 앞으로 홀서빙만 해라.
뭐 시켜도 하지마 일단. 안 하면 되잖아
그리고 우리 가게가 원래 그렇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와서 그렇다.
어쨌든 니가 일을 하러 나왔으니까.
 그냥 홀서빙만 해. 알았지?
하려면 ㅇㅇ처럼 (알바생 형) 그냥 끝까지 묵묵히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하지를 마. 중간에 그냥 그만 할거면.
일단은 니는 그냥 홀서빙만 해라.' 라는 겁니다.
 
화가 폭발할 듯 했지만
혹시나 이 형이 다른 뜻으로 이야기 하는 걸까 생각하면서 화장실에 앉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들어온 친구(고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한 친구 입니다. 알바도 같이 시작했구요)가 점장형이 뭐라더냐고 해서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
하니 친구도 빡쳐서 일 때려치자고 우리가 이딴 취급받으면서 여기서 왜 일하냐고 하면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니 사모님이 있네요
저희 진짜 이렇게 일 못하겠습니다 하면서 자초지종 이야기했더니
 
너희가 우리 가게에 감정이 상해서 그만둔다는 건 어쩔 수 없다 근데 오해는 하지마라
우리가 너희 무시하고 해서 (이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시키고 하는건 절대 아니다
그냥 우리 오래 장사하면서 알바하는 애들 편하게 생각하고 해서
우리 가게 일 하는 애들 시키니까 다들 군말없이 해서 시키고 했지,
절대로 너희 무시하거나 해서 시킨건 아니다,
그리고 점장 형이 안그래도 자기한테 와서 이야기하더라, 제발 알바애들 다른 일 좀 시키지 말게 하라고 아버지보고
그러니까 니한테 그런 말 한 것도 순간적인 홧김에 한 말일지 모르나 절대로 니한테 화난 게 아니고
아버지한테 자기한테 화났는데 니한테 가서 이야기하다보니까 말을 잘못한 거다. 라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저는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점장 형이 저한테 한 소리를 좋게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끝도 없이 사모님께서 같은 말을 반복하시기에
 
아 그러면 저 일 못하겠습니다.
화 머리 끝까지 난 상태로 말도 안하고 옷 입고 가방챙겨 집으로 왔습니다.
 
친구는 남아서 사모님 , 사장님, 점장 형이랑 이야길 나누곤
저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사장님이 미안하다 자기가 그러려고 그런건 아닌데 했답니다. (그전까진 사장님도, 점장형도, 사모님도 저한테 미안하단 말 한마디도 안했습니다.)
점장 형도 일단 미안하다 원래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비교를 하게 됐다. 랍니다.
 
그래서 내일 일단 친구랑 같이 나가서 정리를 좀 한 후에 이야길 해보기로 했습니다.
 
당장의 마음으론 때려치겠단 생각밖엔 없지만, 또 그간의 주고받은 정도 많기에 내일 가서 이야기 해볼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푸념글이기에 해답을 바라고 쓰는 글은 아닙니다.
지치고 고된 마음으로 일하는 전국 모든 알바생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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