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 몸을 뉘였다.
남은 여생을 들이부은 마냥 고단했던 하루 일과에 절로 눈이 감긴다.
스르르 잠이 들 찰라에
그제 세상 빛을 보게 된 손자 녀석이 문득 떠오른다.
핏기 어린 조그만 몸뚱이서 참 힘 있는 소리로 울어 대더라.
니 놈 인생의 시작 종소리라 하여 그리 힘차게 울었더냐?
이 비루한 늙은이 보란듯이 그리 으스대며 울었더냐?
내 생각엔 말이다.
너와 나는 같은 날 새 삶이 시작 된 듯 하구나.
내 나이 60 언저리 일평생 지어온 짐 내던지고
이제사 사람답게 살아보려 하니
피차일반 아니겠느냐.
축복받은 새 삶 길 앞날이 창창한 너와 달라
내 앞 길 저 멀리 내어 보면 어두컴컴한 막다른 길뿐이니
이 것 하나 슬프구나.
시작은 같으나 끝은 달라 그 무거움이 다르니.
이 할애비 길이 끝나거든 잊지만 말아다오.
그것이 내 다음 삶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