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엄마와 마트에 장보러 간 날.
1+1으로 파는 커피박스
라면 두 박스
쌀 한 포대
타임 세일로 산 돼지고기 두 근
배달로 붙이고 집에 가는 길.
엄마 오늘은 풍년이다.
기뻐하는 나에게
버스 창 너머 백화점을 가만히 보시던 우리 엄마
노을 빛에 흰자위가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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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빈수(常貧樹)
내가 늘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한 켠에
상빈수 한 그루가 서 있다.
계절에 상관없이 늘 가난한 이파리를 가진 이 상빈수는
언제 달아 놓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메마른 물주머니 하나를
거추장스레 이고 있다.
참 불쌍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흙도
흙이랍시고 그러모아
아스팔트 옆에 뿌리내려
위태위태 살고있는 네가.
버스에 올라 그 상빈수를 생각하다,
문득 버스 창에 비친 내 가방이
그 메마른 물주머니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