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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게시물ID : lovestory_882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8/15 09:23:1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5mTSFWUc7ak






1.jpg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2.jpg

윤동주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滿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3.jpg

한용운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4.jpg

이상화통곡(慟哭)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달파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5.jpg

김영랑한줌 흙

 

 

 

본시 평탄했을 마음 아니로다

굳이 톱질하여 산산 찢어놓았다

 

풍경이 눈을 흘리지 못하고

사랑이 생각을 흐리지 못한다

 

지쳐 원망도 않고 산다

 

대체 내 노래는 어디로 갔느냐

가장 거룩한 것 이 눈물만

 

아신 마음 끝내 못 빼앗고

주린 마음 그득 못 배불리고

 

어차피 몸도 괴로워졌다

바삐 관에 못을 다져라

 

아무려나 한줌 흙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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