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릴 때 이상한 친구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나는 맞벌이 가정에서 자랐다.
그렇긴 해도, 어린이 집 같은 곳에서 놀다가 집에 갔기 때문에
집에 혼자 덜렁 남아 있던 시간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한 시간 정도가 그 "친구"와 노는 시간이었다.
우리 집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복화술용의 인형이 있었는데,
그게 이상하게 멋들어진 인형이라, 어린 마음에도 예뻐보이는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인형이었다.
부모님이 중고 판매장 같은 데서 마음에 들어 사신 것 같은데...
엄청 수다쟁이였다.
방의 옷장 위에 두었는데,
혼자서는 일어나지 못 하는지
내가 집에 돌아오면 다리를 꼬고, 꼰 다리 위에 손을 두었다.
잘난척은 얼마나 하던지.
그런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란 건 자기 체험담이었는데, 자기가 연기했던 이야기같은 거.
(덕분에 나는 책 같은 건 거의 안 읽었는데 동화같은 데 빠삭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친구"와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했다.
"그럼 이제 우리 이별해야 해.
네가 할 일이 있어.
소풍 준비 좀 해. 과자를 가득 가방에 넣고, 이불 옆에 두도록 해.
중요한 것도 다 가방에 넣고, 언제든 놀러갈 수 있도록 준비 해둬.
갈아입을 옷도 옆에 두는 게 좋겠어.
나? 나도 갈 거야? 하지만 너랑은 다른 곳이야.
여기보다 훨씬 재밌는 곳이야. 너보다 더 즐거울 걸"
뭐 이런 느낌의 소리를 했다.
그리고 나는 당시에 소풍 간다기에 기뻐서 가방에 과자를 꽉꽉 채웠다.
엄마는 내가 쓸데 없는 짓 한다고만 생각하고 냅두셨는데.
그리고 그 날 자고 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가방을 들고 날 끌고 나오셨다.
나는 잠이 덜 깨어서 몰랐는데 지진이 일어났었다.
유명한 한신 대지진.
우리 집은 정말 훌륭하게 반쪽이 났다.
"친구"는 행방불명 되었고, 천 조각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뭐 신비한 옛날 친구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