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시월의 뾰족한 달빛 끝에 풀벌레 소리가 슬슬 스러져 최면에 들게 한다. 오늘은 수면제 대신이다. 공기의 층이 켜켜이 내 몸 위에 눕는다. 맥이 뛸 때마다 웅웅 방 모퉁이가 멀어지면 창문 유리에 분광된 빛이 내가 몇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는지 하나하나 헤아린다. 가장 많이 쓴 가면은 미친 웃음을 흘린다. 빨주노초파남보 그 밖의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속에 맨 얼굴이 떠 있다. 방바닥에 맺힌 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색이 없다. 꿈의 가격이 얼마인지 흥정 붙여본다. 아무래도 그른 잠자리 베개에 얼굴이 뻐근하다. 오늘은 무던히도 너의 흔적을 찾으려고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