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 묘사된 우주의 모습은 118페이지의 도면과 같다고 볼수 있습니다..
성서가 쓰여질 시에는 북반구가 육지이고, 남반구는 바다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지옥은 육지의 아래쪽에 있어, 깔때기 모양으로 지구의 중심부근까지 이어졌다고 믿었습니다..
(에녹서 에서는 지옥과 천국은 같은 곳에 있었다고 나오지만 중세 이후론 지옥을 지하에 위치 했다고 믿었습니다..)
거기에서 다시 동굴이 남반구까지 연결되어 있고 그 남반구 바다 위에는 높은 산(연옥계)이 있고, 그 꼭대기에 천국이 전개된다고 믿었죠..
이 사후 세계에 대한 묘사는 중세 종교학의 정신이나 생활관과 더불어 그리스 신화 같은 고대 종교가 어떤 식으로
중세 기독교에 전해 졌는지 알수 있습니다..
I. 지옥계
북반구의 정점에 엘사렘(속죄의 상징)이 있고, 지옥계는 그 밑에서부터 전개된다고 합니다.
지옥은 9개의 '원주'로 되어 있습니다.
원형 접시가 층층히 겹쳐 있는 형상으로 생가가하시면 될겁니다..
제 7원주에서는 3개의 '환'(環)으로, 제 8원주에서는 10개의 구덩이로서 제 9원주에서는 4개의 원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지옥의 가장 밑바닥이 지구의 중심에 해당되는데
지옥계의 어느 곳에 떨어지며, 어떤 형벌을 받는가는 생전에 행한 일로 결정됩니다..
< 지옥의 문 >
지옥계의 입구에 들어서면 문이 있고, 문 위에 '이곳을 지나는 자는 고뇌의 거리에 이르며, 영원한 환난을 겪게 되나니...'란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또 글귀는 '이곳을 들어선 자는 모든 희망을 버려야 한다'라고 끝을 맺고 있죠.
문 안으로는 살아 생전에 여러 형태의 악행을 행했던 자들이 긴 열을 지어서 들어가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가 알몸으로 끊임없이 쇠파리와 벌이 달려들고 있으며, 피가 흐르는 발바닥 속으로 구더기가 파고든다고 합니다.
별도 없는 캄캄한 하늘에는 울부짖는 소리와 신음하는 소리가 메아리치는데 지옥의 형벌을 받는 자들의 흐느낌이 변해서 된거라고 합니다..
< 지옥의 강 >
지옥의 문을 지나 얼마동안 걸아가면 큰 강이 흐르고 있는데. '지옥의 강'인 아케론테입니다.
강기슭에는 알몸의 죽은 자들이 무리져서 있고 강 건너편에서 지옥의 뱃사공 카론이 흰머리를 나부끼며 배를 저어옵니다.
'나는 너희들을 강 건너편에 있는 영원한 암흑의 세계, 불길과 얼음의 세계로 데려가기 위해 왔다.'
카론은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죄인들을 배 위로 몰아세웁니다..
우물거리거나 빠져 도망가려는 자는 사정없이 노로 매질을 당하므로 꼼짝없이 배에 실려 공포의 세계로 끌려가며,
이 강에서부터 지옥의 형벌은 시작됩니다.
이 강을 한번 건너간 자는 다시는 돌아올 수가 없습니다..
1. 제 1 원주
변옥(邊獄 ; 림보)에는 생전에 별다른 죄를 지지 않았거나, 진정한 믿음이 없었거나 세례를 받지 아니한 자,
또는 기독교를 모르는 자가 간다고 합니다.
경치는 이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목도 울창하고, 녹색의 초원도 전개됩니다.
7겹의 높은 성벽에 둘러싸여 있고, 7개의 성문이 있는 아름다운 성도 있습니다..
또한 별다른 형벌이나 고통은 없어서 신음 소리나 울부짖음도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한숨이 공기 속에 가득 차있습니다.
이 지옥에 사는 자들은 영원히 신을 보지 못하고 기쁨도 슬픔도 없습니다.
그 답답함에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토해내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감정도 목적도 없이 인간이면서도 인간답지 못한 삶을 강요당하는 세계입니다..
제 1원주의 끝에 다다르면 2원주의 입구에는 몸은 인간이나,
여러 갈래의 뱀과 같은 꼬리를 지닌 거대한 괴물이 무섭게 으르렁 거리며 죄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옥의 재판관인 미노스로 그는 그리스의 신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의 아들로 크레타 섬의 왕이었으나
죽은 후 지옥계의 재판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죄인은 미노스 앞에 나와 생전에 한 일들을 숨김없이 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노스는 이미 죄인의 과거를 거울보듯 알고 있기 때문에 거짓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미노스는 죄의 정도에 따라 그를 지옥의 어느 '원주'로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거짓말을 한 자는 미노스의 긴 꼬리로 매질을 당하고 더 고통스러운 지옥으로 보내집니다..
2. 제 2 원주
제 1원주 아래에 위치하며, 생전에 이성을 잃을 정도로 육욕을 탐닉한 자가 이곳으로 옵니다.
이곳에는 밤낮으로 멈출 줄 모르는 강한 바람이 몰아치며 갑자기 강력한 회오리 바람이 불어 죄인을 허공 높이 말면서 올라갑니다.
그래서 죄인은 허공에서 종이조각처럼 날려, 위아래로, 좌우로 쉴새없이 떠돌다가 급속도로 땅 위에 내던져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울부짖음과 신음 소리가 진동하며 바람의 형벌과 그 고통에서 잠시도 해방될 수는 없습니다.
전에 남편을 두고도 불의의 애욕에 몸을 불태운 여인, 여색을 탐내어 패가망신한 사나이들이 고통에 신음하는 곳입니다..
3. 제 3 원주
제 2원주 아래에 위치하며,생전에 음식을 탐내어 죄를 진 자가 이 곳에 떨어집니다.
캄캄한 하늘에서는 주먹만한 우박이 차가운 비와 눈과 섞여 진눈깨비가 되어 한없이 퍼붓고,
사납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괴수 케로베로스가 설치고 돌아다닙니다.
그르시 신화의 지옥의 파순꾼인 괴물이 그대로 유래된 것으로 개와 흡사하며, 3개의 머리가 있고, 꼬리는 독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제 3원주를 지킵니다.
눈은 충혈이 되어 붉으며, 이와 발톱은 칼날처럼 예리합니다.
늘 시장기를 느끼는 케로베로스로는 닥치는 대로 죄인을 물어뜯고, 갈기갈기 살을 찢어 먹습니다.
썩은 고기를 탐식하는 이리보다도 잔인한 이 괴수에게 해를 입은 무수한 죄인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신음하는 곳입니다..
4. 제 4 원주
제 3원주에서 더 내려간 곳에 지옥의 제 4원주가 전개됩니다.
생전에 인색했거나 낭비를 일삼은 자가 이곳에 오게 되죠.
죄인들은 2조로 나뉘어 무거운 바위를 온힘을 다해 굴리는 형벌을 받는데
한 원 위에서 돌을 굴리므로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서로 맞부딪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서로 비키지 않는다고 하여 큰 싸움이 일어나죠.
'이 인색한 놈들!'
'낭비밖에 모르는 벌레들!'..
그들은 서로 욕하고 침을 뱉고는 방향을 바꾸어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 갑니다.
그러나 역시 동일한 원 위에서 바위를 굴려야 하므로 또 다시 맞붙게 되고 같은 일이 반복 됩니다..
이곳에서 죄인들은 산더미 같은 바위돌을 굴리고, 서로를 욕하는 무의미한 작업을 한없이 계속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온오는 시지프스 이야기를 계승한 형태 입니다).
5. 제 5 원주
제 4원주의 아래에 있으며, 생전에 분노의 죄를 진 자, 즉 참을성없이 걸핏하면 화를 내고 난폭한 짓을 서슴치 않은 자,
남을 이유없이 핍박한 자가 이곳에 떨어집니다.
이곳은 스테이제라는 악취가 코를 찌르는 수렁이 있는데 이곳에 온 자들은 영원히 이 수렁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죄인은 모두가 알몸으로 서로 마주치면 으르렁 거리고, 증오에 찬 표정으로 서로를 할퀴고 물어 뜯는데,
물어 뜯은 자의 입에는 피가 흐르는 살점이 물려 있으며, 물어 뜯긴 자는 앙갚음으로 이를 갈며 덤벼듭니다.
그들의 몸은 모두가 오물 투성이며, 입 속으로도 오물이 들어가는 비참한 생활을 합니다..
스테이제의 늪으로 둘러싸인 디테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그곳은 제 6원주로 도시를 둘러싼 성벽은 쇠로 되어 있으며, 1천여 명의 악마가 성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성문 근처에는 3명의 푸리아(그리스 신화에 지옥의 여신)가 있는데 이들이 이곳을 다스립니다.
여신인 만큼 그 모습은 가프고 여성다우나, 그녀의 머리털과 얼굴을 바라보면 피가 얼어 붙을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고,
눈동자가 없으며, 머리털 한 가닥 한 가닥이 꿈틀거리는 독사로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성문 주위에는 지옥의 불로 붉게 물든 안개가 짙게 깔려 있으며, 형용할 수 없는 정적과 공포감이 자욱하게 서려있어 죄인들을 움츠리게 합니다..
6. 제 6 원주
제 5원주의 한 단계 밑에 있으며 생전에 기독교를 배척한 이단자가 이 지옥으로 보내집니다.
디테의 성문을 들어서면 좌우에 넓은 광장이 있고, 그곳에는 엄청난 수의 무덤이 늘어 서있는데,
무덤의 뚜껑은 반 열려 있으며 그 안에서는 시뻘건 불이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으며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한다.
이 불의 무덤에 매장된 죄인은 영원히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살이 타고 뼈가 재로 변하고 살아남을 반복합니다.
죄인들은 뜨거운 무덤에서 기어나오고자 몸부림 치지만 감시하는 존재들 때문에 무덤에서 밖으로 나올 수도 없고 고통은 계속됩니다..
7. 제 7 원주
제 7원주는 3환으로 나뉩니다..
1) 제 1 환
생전에 타인이나 남의 소유물에 대하여 부수거나 폭력을 가한 자들이 이곳에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상해, 폭행, 파괴, 방화, 약탈, 절도, 강도 등의 죄를 범한 자들이죠..
이들 죄인들은 부글부글 어오르는 피의 강 '후레제던트' 속에서 삶아지는 형벌을 받습니다..
활처럼 구부러진 피의 강은 검붉은 거품이 일고, 그 속에서 죄인들은 고통에 시달리며 몸을 비틀고 있습니다.
강기슭에는 켄타우로스가 날카로운 창과 활을 겨누고 있어서
만약 고통에 못이겨 피의 강에서 헤엄쳐 나와 강기슭으로 기어나오는 자가 있으면 사정없이 찌르고 활을 쏘아 강물에 처박는 일을 합니다..
2) 제 2 환
자살한 자, 재산을 노름으로 탕진하고 패가망신한 자가 이 지옥에 떨어집니다.
이 지옥은 음침한 숲으로 되어 있는데 구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나뭇가지 위에 괴조(怪鳥) 하피가 떼지어 날아다닙니다.
새의 얼굴은 여자의 형상이고, 검은 날개와 깃털로 뒤덮인 기괴한 새로서 날카로운 발톱을 갖고 있죠..
이 새가 괴상한 울음 소리를 내며 나뭇 가지나 나뭇잎을 쪼아대면 그곳으로부터 검은 피가 흘러나오는 동시에
나무들은 비통한 신음 소리를 지릅니다.
이 나무들은 자살한 자로서 나무가 되어 언제까지나 알피에가 쪼아대는 고통을 맛보는 것입니다.
재산을 탕진한 자는 나무가 되는 대신 무수한 들개에게 쫓겨 가시덤불 속을 헤매다가 케로베로스에게 물려 살을 찢깁니다..
3) 제 3 환
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신을 비난한 자 또는 동성연애자나 악독한 고리대금업자 등이 이곳에 떨어집니다.
이 지옥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한 사막의 세계로 땅 위의 모래는 모닥불처럼 뜨겁고,
하늘에서는 열탕처럼 뜨겁고 굵은 빗발이 숨돌릴 사이 없이 내리퍼붓는다고 합니다..
신을 모독한 자는 모래 위에 몸을 눕히고, 고리대금업자는 웅크리고 앉아 고통을 참고 있으나,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와 위에서 내리퍼붓는 열기를 피할 길은 없습니다.
마침내 지치고 기진하여 모래 위를 엉금엉금 기어보지만 뜨거운 열기를 영원히 피할 안식처를 찾을 수 없고, 미이라처럼 메말라 죽는걸
반복 합니다..
8. 제 8 원주
제8 원주는 10개의 구덩이로 나뉩니다..
1) 제 1 구덩이
여성을 유혹하거나 속여 욕심을 채운 자가 이곳에 옵니다.
이 지옥에는 둥근 구덩이가 파여 있어 죄인은 이 구덩이 속에 던저져 영원히 빙글빙글 맴돌아야 합니다.
죄인의 무리는 둘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 무리는 사리사욕을 위해서 여인을 희생시킨 자로
예를 들어 매춘을 강요한 악덕포주나 깡패의 무리이고,
다른 한 무리는 스스로의 색욕을 채우기 위해 여인을 기만한 자들입니다..
이 두 집단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맴돌고 있으며 잠시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걸음을 멈추거나 뒤떨어지는 자는 머리에 뿔이 난 험상궂은 악마에게 매질을 당합니다..
2) 제 2 구덩이
아첨을 일삼은 자, 즉 추종자(追縱者)가 이 지옥에 보내집니다.
죄인은 분뇨의 늪에 처박히는데 늪의 언저리에는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 있으며,
악취가 진동하여 코가 떨어져 나갈 지경입니다.
또한 그 자극은 강렬해서 눈을 찌르고 구토를 유발한며 악취에 섞여 신음하는 소리와 흐느껴 우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입니다..
개중에는 분뇨 속으로 온 몸이 잠긴 자도 있고, 목만 간신히 내밀고 있는 자, 갑자기 깊어진 곳에서 허우적 거리는 자도 있습니다.
온몸이 오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으며 머리카락 위로는 구더기가 하얗게 기어오르고 있으며.
정신착란을 일으켜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뜯는 자가 있는가 하면, 때가 낀 손톱으로 제몸을 할퀴는 자도 있다고 합니다..
3) 제 3 구덩이
성직을 맡은 자로서 사악한 짓을 했거나, 교회의 재물을 매매한 자가 이 지옥에 떨어집니다.
땅은 용암으로 되어 있고 무수한 구덩이가 파여 있으며 죄인은 그 구덩이 속에 말뚝처럼 거꾸로 처박힙니다.
상반신은 얼굴부터 구덩이 속에 들어가 있으나, 무릎부터는 허공에 나와 있어 발버둥을 친다고 합니다.
더욱 무서운 일은 구덩이 속에는 용암이 녹아 부글거리고 있으며, 다리 위로는 뜨거운 불가루가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것입니다.
숨막히는 자세로 용암과 열기가 자욱한 구덩이 속에 처박혀 발을 불꽃에 태운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으로.
신을 배반한 자에게 가해지는 형벌이라고 합니다..
4) 제 4 구덩이
요술이나 사술, 또는 점괘로 사람을 현혹하거나 기만한 자가 이곳에 보내집니다.
죄인의 무리는 열을 지어 원형 계곡 사이를 묵묵히 걸어가는데,
비탄에 젖어 말없이 걷는 것이 마치 장례식의 행렬과 흡사하며, 죄인들의 머리가 180도로 뒤로 돌아가 있어
몸은 앞을 향해 있지만 앞을 볼 수가 없으므로 할 수 없이 불편한 뒷걸음으로 걷는 기이하고 희한한 행렬을 합니다..
그들이 전생에서 신의 영역인 미래를 예고하고 예견한 죄로 뒤만 보고 뒤로 걷는 형벌을 받는 것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은 등을 타고 엉덩이로 흘러내린다고 합니다..
5) 제 5 구덩이
관직을 악용해서 사욕을 채우거나, 지위를 내세워 남의 재물을 빼앗은 자들이 이곳에 보내집니다.
역청(콜탈) 연못이 있어 거품이 부글거리며 끓고 있으며, 죄인은 이곳에 던져진다고 합니다.
죄인이 끌려오면 2개의 날카로운 뿔과 박쥐의 날개를 단 검은 악마가 죄인을 밀어 연못에 빠뜨립니다.
죄인은 일단 역청 속에 가라앉았다가는 기겁을 하고 기슭으로 기어 오르려고 허우적거리는데,
죄인들이 기어 오르려고 하면 기슭에 악마들이 지켜서서 삼지창으로 사정없이 찌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죄인들은 끈적거리는 뜨거운 역청 속에서 영원히 허우적 거리는데,
잠시라도 연못 밖으로 몸을 드러냈다가는 창에 찍혀 더욱 심한 고통을 받고 역청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6) 제 6 구덩이
여기에서는 생전의 위선자가 형벌을 받는 곳입니다.
그들은 이마까지 덮인 망토를 입고, 원형 골짜기 사이로 열을 지어 걸어가는데,
망토는 황금색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지만, 걸음 걸이는 납덩이처럼 무겁습니다.
왜냐하면 망토 그 자체가 두꺼운 납으로 되어 있고, 단지 표면에만 금칠을 한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죄인은 내리누르는 망토의 무게로 지칠 대로 지쳐 걸음을 옮기기가 천금처럼 무거운 것입니다.
한편 알몸으로 땅에 묶여 누워 있는 죄인도 있는데, 생전에 위선의 죄를 범한 성직자 입니다.
납옷을 걸친 죄인들이 이들의 몸 위를 사정없이 밟고 지나가며 그 무게로 인해 창자가 터져 신음 합니다..
7) 제 7 구덩이
도둑질을 일삼은 자가 이 지옥에 떨어집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구렁이가 우글거리는 지옥으로. 뱀의 종류도 다양하며, 흉포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죄인의 허리를 감아 등뼈를 부러뜨리기도 하고, 죄인의 목을 조여 질식시키려고도 합니다..
독사들은 바늘 같은 이빨로 죄인을 물면 죄인은 순식간에 불이 붙어 재가 되나,
잠시 후에는 원래 모습으로 환원됩니다.
배꼽을 물어뜯고 뱃속에 들어가 오장육부를 헤집는 실뱀도 있습니다..
죄인은 공포에 질려 허둥대지만 몸을 숨길 곳은 없습니다.
오히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또다른 뱀이 기어오를 뿐이죠..
8) 제 8 구덩이
생전에 권모술수로 남을 해치거나 거만한 자가 끌려옵니다.
이 지옥은 온통 불로 되어 있어 그 열기에 죄인의 머리털과 살이 타는 냄새로 가득하죠..
그런데 유심히 보면 죄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무수한 불덩이만 대굴대굴 구르기도 하고, 사방으로 달리듯 움직일 뿐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불길이 죄인을 가운데 두고 타오르기 때문입니다.
불덩이 속마다 한 명의 죄인이 갇혀서 열기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을 끌만한 물도 없으므로 죄인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속에 갇혀 살을 태워야만 합니다.
살려달라는 아우성조차 불길을 뚫지 못하고 사그라 집니다..
9) 제 9 구덩이
여러 가지 불화의 씨를 퍼뜨린 자가 이 지옥에 떨어집니다.
죄인은 지옥 악마의 노리개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악마들은 예리한 칼로 살을 저미고 각을 떠내며 죄인의 귀를 베어내기도 하고 코를 깎아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보통으로 사지를 절단 하거나 가슴을 쪼개고 심장을 도려내기도 합니다.
좀더 심한 경우에는 머리끝에서 사타구니까지 2조각으로 자르기도 합니다.
온 천지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창자는 빠져나와 썩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형의 골짜기를 빠져 나오면 상한 곳이 감쪽같이 아물며 다시 악마의 칼질을 당합니다..
10) 제 10 구덩이
사기나 위증, 위조, 기만의 죄를 진 자가 이 지옥에 떨어집니다.
이곳에 떨어진 죄인은 한없는 병고에 시달립니다.
문둥병에 걸려 손가락이 끊어지고 얼굴이 문드러진 자로 가득차며.
몹쓸 피부병에 걸린 자에게서는 썩은 고름이 흘러나오고, 구더기가 온 몸을 기어다닙니다.
개중에는 수종(水腫)을 앓아 배가 마치 북처럼 부풀어 오른 자가 있는가 하면, 열병에 시달려 고목처럼 타들어 가는 죄인도 있습니다.
실로 병마가 군림하는 세계입니다.
그들은 일어서지도 못한다. 서로 등을 맞대고 간신히 앉아 있거나, 땅에 누워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픔에 신음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똥과 오줌조차 가리지 못하며 그 악취는 더욱 코를 찌른다고 합니다..
9. 제 9 원주
제 9 원주는 4개지 원으로 나뉩니다..
1) 제 1-3 원
제 9원주는 극심한 한파의 지옥입니다.
제 1원에는 혈족에 대하여 배반을 한 자, 제 2원은 국가에 대하여 반역을 한 자, 제 3원은 손님을 등친 자가 분리되어 보내집니다.
어느 원이나 얼어붙은 호수로 되어 있으며. 죄인은 목만 얼음 위에 내민 상태로 박혀있습니다.
너무나 추워 너나할 것 없이 얼굴빛이 푸르게 변하고, 동상에 걸려 부풀어 오른 피부는 터져서 피가 흐릅니다.
목 아래는 얼어 붙어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이를 딱딱 거리며 눈물을 흘리며,
흐르는 눈물은 그 즉시 얼어붙어 마치 작은 고드름처럼 아래 눈썹에 매달립니다.
이런 처참한 얼굴들이 호수 전체에 점점이 박혀있습니다.
2) 제 4 원
지옥의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섬기는 주인이나 은인을 배반한 자가 떨어지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지옥은 지옥의 제왕 루시퍼(원랜 마스테마 이지만 중세 성서에는 루시퍼로 전해 집니다)가 직접 관장 합니다..
이곳의 형벌은 더 가혹한데 루시퍼가 푸른 인광이 튀는 눈으로 주위를 휘둘러 보다가 마음 내키는 대로 한꺼번에
3명의 죄인을 뽑아 내어서는 3개의 입 속으로 넣어 깨물어 먹는다고 합니다(루시퍼의 머리는 3개 입니다)
날카로운 이에 찢긴 몸에서 흐르는 피는 입가를 타고 흘러내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