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배야 우욱.. '
달리는 지하철 안 이었죠..
한 시간 전 쯤 먹은 치맥이 과식을 불러서 그런지
배가 부글부글 끓으며 항문에 신호가 오기시작했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참을 만 한 것 같다가..
좀 있다가는 얼굴이 하얗게 뜨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니까요
아직 목적지까지는 40분 정도는 더 남았기 때문에,
더이상 참지 못하고 지하철이 정차하자마자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역에 배를 움켜쥔채로 서둘러 내렸습니다
' 화..장실.. 화장실 어디지?! '
저는 아무 계단이나 보이는 곳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교통카드를 재빠르게 찍고 나온 후 화장실 표시를 찾으려 두리번 거려도, 이것이 정말 신의 장난인지.. 보이지가 않더라구요.. 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때는 늦은 밤이었고, 이 지하철역은 원래 이렇게 유동인구가 없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오직 화장실 표지판을 찾기위하여 좀더 깊숙히..절전중인듯한 복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전등이 드문...드문...
...
텅빈 지하철역안에 저의 구두소리만 울리는
그런 분위기에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받을 새도 없이
애꿎은.. 뱃속은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었죠
휴우-
그래도 어느정도 걸어가니 곧 외딴곳에 화장실을 발견하였고 다행이라는 생각 한편으로, 왜 눈에 쉽게 띄는 곳에 만들지 않았는지 원망섞인 마음으로 서둘러 빈칸에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앉았습니다
뭐.. 사람도 없겠다..
배에 온 힘을 주어 푸드득 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반쯤 신음을 내며 열심히 용변을 보고있을때,
그 때.
저- 멀리 복도에서부터 남자의 구둣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 저벅- 저벅- '
뭐랄까. 굉장히 느릿느릿한 발걸음이었고
그 여유로움을 본인이 즐기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속으로
' 그래도 사람이 있긴 하네.. '
라는 생각과 함께 볼일을 거의 마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발소리는 어림잡아
제가 있는 화장실 문 앞까지.
듣고.. 그 구둣소리는 그 이후로는 들리지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별 신경안쓰고
휴지로 마무리를 하고 있었죠...
' 똑똑똑 '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른 후,
분명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언제 제 문앞까지 왔는지 노크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전 일을 마치고 열심히 닦고있다가 갑작스런 노크소리에 흠짓 놀랐지만, 아무렇지않게 다시 ' 똑똑똑 ' 노크소리로 안에 사람있다고 대답을 해주었지요
...?
이상하죠..
제가 있는 이 칸말고 빈 칸이 그렇게나 많을텐데 하필 여기에 왜 노크를..
그런 생각이 들 때 즈음.....
" .... 있어요 .. "
나즈막한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제 귓가에 들렸습니다
화장실 문 밑 틈새로 그림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그대로 문 앞에 서서 저한테 뭐라 말했나봅니다
" 예? "
저는 바지를 올리며 다시 물어보았고,
귀기울여도 못알아들을 정도의 소리로 다시 한번 대답 해주더군요
" 저..한테... .ㅏ.. .. ㅇ..있어요 "
속으로 뭐지 이사람.. 하면서 벨트를 여매고 다시한번 말했습니다
" 뭐라하시는지 잘 안들리네요. 지금 저 볼일 다봤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
그리고, 그 남성에게 돌아오는 말을 듣고
두손으로 벨트를 붙잡은채로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저한테 칼.. 있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