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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빈 산이 젖고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81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8/06 08:03:5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DRrTVgCUc4M






1.jpg

이성선빈 산이 젖고 있다

 

 

 

등잔 앞에서

하늘의 목소리를 듣는다

 

누가 하늘까지

아픈 지상의 일을 시로 옮겨

새벽 눈동자를 젖게 하는가

 

너무나 무거운 허공

산과 산이 눈뜨는 밤

핏물처럼 젖물처럼

내 육신을 적시며 뿌려지는

별의 무리

 

죽음의 눈동자보다 골짜기 깊나

 

한 강물이 내려눕고

흔들리는 등잔 뒤에

빈 산이 젖고 있다







2.jpg

송수권갯메꽃

 

 

 

채석강에 와서 세월 따라 살며

좋은 그리움 하나는 늘 숨겨놓고 살지

수평선 위에 눈썹같이 걸리는 희미한 낮달 하나

어느 날은 떴다 지다 말다가

이승의 꿈속에서 피었다 지듯이

평생 사무친 그리움 하나는

바람 파도 끝머리 숨겨놓고 살지

 

때로는 모래밭에 나와

네 이름 목 터지게 부르다

빼마른 줄기 끝 갯메꽃 한 송이로 피어

딸랑딸랑 서러운 종 줄을 흔들기도 하지

 

어느 날 빈 자리

너도 와서 한번 목 터지게 불러 봐

내가 꾸다 꾸다 못 다 꾼 꿈

이 바닷가 썩돌 밑을 파 봐

거기 해묵은 얼레달 하나 들어 있을 거야

부디 너도 좋은 그리움 하나

거기 묻어놓고 가기를







3.jpg

복효근자벌레

 

 

 

오체투지일보일배(一步一拜)

 

걸음걸음이 절명이 순간일러니

세상에 경전 아닌 것은 없다

 

제가 걸어온 만큼만 제 인생이어서

몸으로 읽는 경전

 

한 자도 건너 뛸 수 없다






4.jpg

문정희터키석 반지

 

 

 

사랑에 은퇴하고

가을 하늘처럼 투명해지면

터키석 반지 사러

터키에 가고 싶다

 

어느 슬픔의 바다에서 건져 올렸던가

천년 햇살에도 마르지 않는

깊은 눈을 가진 여자

푸른 물소리 출렁이는

터키석 속에서 만나고 싶다

 

비둘기 떼 쏟아지는

위스크다르 항구에 닿고 싶다

실크로드 그 끝자락에는

동양과 서양의 온갖 보석들이

짧은 지상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겠지

 

흙에도 귀가 달린 나라

터키에 가서

내가 나를 위해

터키석 반지 하나 사고 싶다

 

사랑에 은퇴하고

가을 하늘처럼 투명해지면







5.jpg

이재무눈빛

 

 

 

그도 나의 눈빛에 쫓겨 달아났을까

쓰레기장 옆구리 터진 봉지에

코를 처박고 있다 나의 눈과 마주친

개의 그 눈빛

되돌아서며 몇 번이고 되쏘던 적의(敵意)

거리에서지하철에서관공서에서백화점에서직장에서 보았던

낯익은 그 눈빛

등허리에 땀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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