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퇴근시간쯤에 고등학교 은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택시타고 장례식장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가을이 오고있다지만 퇴근길 꽉막힌 도로는 아직도 많이 더웠던 터라 창밖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앉아있는데
기사님이 시끄럽다면서 창문을 닫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내심 에어컨틀어주시려나~ 하는 기대를 하고있는데
창문이 다 올라가고 조용해지니 대뜸 말을 거시더라구요..
"이번에 그그 세월호 침몰한데 거기 실종자가족들 있는데서 민주당놈들이 또 지랄을 했대요 미x친놈들.."
그래서 무슨일이냐 했더니
"민주당놈들이 자기네 기득권 찾을라고 유가족들이 바라지도않는거가지고 자꾸 일을 키울라고 저러는거여.."
여기서 저는 이 기사님이 그래도 바르게 알고 계시는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반 ㅋ 전 ㅋ
"하여간 요즘 젊은 사람들 각성해야돼!! 맨 저기 데모나 하는 놈들 이런놈들때문에 나라꼴이 말이아니야..
저런놈들을 자꾸 찍어주니까 이러는거아니여"
잉?? 이게 무슨소리야.... 그래서 제가 그럼 어디를 찍어야 할까요? 물어보니까
"아무리 정치하는 놈들이 이놈이 저놈같아도 그래도 아직까지는 한나라당을 찍어야지!!!"
여기서 1차 멘붕..
"천안함때를 보세요 그때 어떻게 됐어요?? 군인들 1인당 보상금 얼마 받았는지 알아요?? 야당놈들이 지랄해가지고
1인당 7천만원받을뻔햇는데 정부에서 힘써가지고 1억씩은 받은거 아니야.. 그런데 이번 세월호 유가족들은 계산해보니까 5억씩이나 받아갔다는데
이게 나라입니까?? 나라지키는 군인하고 놀러다가 죽은 학생들하고 누가 더 중요해요?? 민주당놈들이 나쁜놈들이야.."
여기서 살짝 욱했지만 은사님일로 기운이 없어서 그냥 듣기만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김대중이 노무현이가 아주 나쁜놈이거든.. 10년동안 북한놈들한테 100조를 퍼줬대요 100조를.. 100조가 누구집 애이름이여
그래가지고 북한놈들이 핵만든거 아닙니까.. 아주 김대중이 노무현이 이 새x들땜에 먹고살기 힘들어 죽겟어요"
하...듣다듣다 "기사님 그런거는 어디서 들으셨어요?" 하니 그냥 다 나온거고 온세상사람들이 다 아는걸 왜 모르냐고 하심....
2차멘붕..
그래서 "북한에 퍼준게 잘못이니까 그럼 북한에 소떼몰고가고 금강산관광한다고 몇천억을 갖다준 정주영이도 나쁜놈이겠네요??" 했더니
"사업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이해관계에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익창출할라고 그런거다"
하...아니 이게 무슨소리요..
그래서 "아 그럼 자기가 돈벌어먹을라고 북한에 돈퍼준거니까 평화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준 김대중 노무현보다 훨씬 더 나쁜 새x네요?" 하니까
"그거는 88올림픽때 올림픽하니까 김대중이가 현대자동차를 많이 팔게해줘서 보답한거다"
3차멘붕... "기사님 88올림픽때는 노태우때 아닌가요?? 아주 노태우가 나쁜놈이었네요" 라고 비꽜더니
아니랍니다 그때는 김대중이 대통령이었답니다... 아 여기서 저분은 그냥 아무얘기나 하시는구나라는걸 깨닳았습니다.
"기사님 88년도는 노태우가 대통령이었구요~ 93년에 김영삼 98년에 김대중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이에요"
이때부터 급격히 말이 없어지시더라구요.. 그후에도 뭔가 계속 얘기하시려다 목적지에 도착해버렸습니다.
아...기사님도 분명 좋은가장이 되고자 밤낮없이 고생하실텐데
누가 이런 평범한 국민들을 요지부동 콘크리트로 만들어놨는지 참 답답한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