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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게시물ID : panic_880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슈크림떡이
추천 : 14
조회수 : 1590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5/27 18: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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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스름이 찾아오기도 전에 이 곳에는 종소리가 울린다.

종소리 뒤에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아직 잠에서 덜 깬 걸걸한 목소리가 뒤따른다.

이 수도회에 입회한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본원에서 잠을 잤다.

엊그제 신품성사를 받아 나는 어엿한 사제가 되었기에 장상들에게 인사차 온것이지만...

평소대로 아침기도와 미사를 마치니 6시를 알리는 타종이 시작되었다.

삼종기도까지 마치고나니 본원 대성당의 압도적인 분위기가 내 숨통을 조여왔다.

제의를 얼른 벗어던지고 나가려는데 나이 지긋하신 신부님 한분이 날 불러세웠다.

"축하해요. 이제 김신부라 해야겠군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경문이 잘 안보이죠?"

처음 이 수도회에 입회했을 때 내가 속한 분원의 장상이셨던 신부님이셨다.

이 신부님은 처음 봤을때부터 할아버지 같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이셨다.

"아... 예... 신부님..."

"김 신부님 내가 지은 죄가 있어서 고해성사를 보고싶은데 지금 괜찮나요?"

난 영대를 바꿔 걸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기 고해소로 갑시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수도원 가장 외진곳에 있는 고해소로 갔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앞서걷는 신부님은 조용히 무언가 기도문을 외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사실 사제가 된지 얼마안되었고 고해성사는 처음이기에 난 좀 긴장하고 있었다.

처음 순서부터 어떤 기도문을 외우고 어떤 말을 해야하나 생각하는 와중에 고해소에 도착했다.

고해소에 들어와보니 어떠한 거짓도 간파해낼 지혜가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 제 죄를 고백합... 으로... 아니... 50년 하고도..."

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려서 나는 고해틀에 최대한 가까히 갔다.

"50년 하고도 6개월 17일이 지난 저의 죄를 고백합니다.

그 때 저는 사제가 되고 사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평범한 날이었죠.

이제 막 사제가 되었다는 기쁨에 고해소에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어요.

성인 신부님이 되는게 저의 꿈이였죠.

아마 점심시간이 되기 전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형제님 한분이 들어왔죠.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또렷했어요.

마치 내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가 들리는 그런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는 차분하게 자신의 살아온 날과 자신이 얼마나 천주를 두려워하는지 말했어요.

그러면서 구원을 얻고싶다고 했죠. 저는 사제된 도리로 그 형제님의 멍에를 부술준비가 되어있었고요.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신앙고백과 천주교의 주요교리를 말했습니다.

간음하지 말라. 거짓증언을 하지말라... 와 같은 십계명부터

누가 구원되어 천당에 이르고 누가 구원받지 못해 지옥에 떨어지는가

그러면서 절대 천국에 이르지 못할 죄가 이것들이 맞냐고 물어보더군요

천주를 모독한 죄와 성신을 모독한 죄, 성모를 모독한 죄

그래서 저는 맞다고 대답해주고 한가지 더 말해주었지요.

자기의 목숨을 자기 스스로 끊는 것도 천국에 이르지 못할 죄라고요.

그 때 그는 잠시 한숨을 쉬는듯 했어요. 하지만 이내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죠.

자신은 예술가인데 지금까지 최고의 예술작품을 천주께 드리고 싶었노라고했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예술적인 감각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죠.

저는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크게 고민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묘하게 매력적이라 잠자코 듣고있었어요.

그는 모든 것들은 천주의 작품이므로 아름답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름다움이 최고로 이를때가 있다고 했지요. 그 때가 지나거나 오지 않으면 아름답지만 최고는 아니라 생각했어요 그는.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일 뿐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최고로 이끌어낼 재능이 그에게 있다고 그는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꽃과 같은 식물들을 사용해 그는 천주께 드릴 아름다움을 이끌어냈어요.

그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냈죠.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것이었어요.

천주께서 가장 아름답게 창조해낸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요.

그래요. 바로 사람이었어요. 그는 사람으로 천주께 가장 아름다운 것을 드리기 시작했어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형제님은 그 당시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범이었어요.

그런 그가 자신의 범행을 저에게 모두 고백했죠.

너무나 자세하게 고백을 해서 그것을 듣고있는 저는 제가 그런 일을 한것처럼 느껴졌어요.

어떤 방법으로 조용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증거를 남기지 않고 극한의 아름다움을 만드는가.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올수록 저의 마음과 그의 마음은 이어지는 듯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 형제님은 저에게 큰 선물을 주었지요. 그 선물을 이젠 제가 김신부님께 드릴 차례구요."

나는 잠시 혹시 이건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곧 들려온 저항할 수 없는 매력적인 목소리에 모든 생각은 차단되었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신부님께 제가 범한 모든 죄를 고백합니다.

이 죄는 13년 2개월 3일하고도 11시간전부터 시작되어 4시간 30분전까지 간헐적으로 범했습니다."

로 시작한 매력적인 목소리는 노 신부님이 아니라 아주 멋진 청년의 목소리로 들렸다.

그 청년은 모든 범행방법과 노하우 그리고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꽤나 괜찮은 팁을 말해줬다.

"...했습니다. 제가 알아내지 못한 모든 죄도 용서해주십시오.

신부님 저는 꼭 천국에 가고싶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해성사의 마지막을 알리는 말이 나왔고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얼른 사죄경을 주시고 보속을 주십시오! 저는 천국에 꼭 가야겠습니다!"

청년에서 다시 노 신부님으로 돌아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사죄경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김신부님... 그리고 이건 세상에서 한명밖에 모르는 비밀이 되어야해요."

노 신부님의 마지막 한 마디는 섬뜩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반대편 고해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무거운 발걸음이 들렸다.

내가 있는 고해소의 문고리가 조금씩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매력적인 청년의 목소리에서 이 방법을 타계할 방법을 찾았다.

타종소리가 3번 들리고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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