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홍제동 일대 항공사진.
1,2층을 상가로 사용하고 2층부터 위층은 주거로 쓰이고 있는 40년 된 주상복합건물이다.
당시의 타워펠리스라고 볼 수 있는데, 시설이 노후되고 고가도로 아래에 가려져 열악환 환경을 가졌다.
1층 하부 필로티는 맞은편의 재래시장과는 별개의 상업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유진상가의 밑으로는 홍제천이 지나고 있는데,
지방 2급 하천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즐길 수도 있는 깨끗하고 맑은 하천이다.
이 하천은 그대로 유진상가의 하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강을 따라서 사람도 유진상가의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데,
유진상가의 지하는 용도 없이 기둥만 늘어서 있는 죽은 공간이다.
반대로 유진상가 2층 뒷편에는 거대한 중앙정원이 있는데,
소란스럽고 번잡한 1층과 격리되어 주민들의 삶에 안식처가 되어주는 공간이다.
놀이터와 함께 빨래 말리는 용도로 쓰는듯한 운동시설, 노인들이 앉아 쉬는 공간 등이
긴 역사동안 이어져왔던 삶의 공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진상가의 맞은편에는 마찬가지로 오래된 역사의 인왕시장이 있다.
역사가 길었던 만큼 주변지역 주민들의 삶의 근간이 되는 상업구역이지만, 최근 재개발의 바람을 맞아 위기에 놓여있다.
현재는 환경개선의 일환으로 지붕을 덮어놓은 미봉책에 그친 상태이다.
2.선정이유 :
선정 대지를 포함한 홍제동 일대의 대대적인 도시환경정비사업.
[사진설명] 서울시에서 지정한 홍제동 발전촉진지구(붉은선)과 그 안에 포함된 대상부지 지역(보라색 영역)
그 중에서도 특히 유진상가 일대는 그 중심에 입지하여 그 잠재력이 높다.
이미 기존 설계사에서도 이곳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바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유진상가 이외에도 주거는 충분한 듯 했다.
[사진설명] 검은 원이 아파트 단지, 흰색 원이 대상부지.
그렇다면, 굳이 추가로 비싼 주거를 보급할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 지역의 중심 문화지역으로서 도시 전체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시설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 선정하였음.
3. 진행방향 :
우선 가려진 하천을 드러내고 그 주변으로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한 문화시설, 체험시설 등 이것저것 넣고자 했다.
홍제천을 드러내려면 하천을 완전히 덮고 있는 유진상가를 없애거나,
아니면 유진상가를 남겾둔 채 하천 물줄기의 방향만을 돌려놓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1. 물줄기를 바꾸는 대안은 왜인지 4대강사업을 연상시키는 본능적인 거부감때문에
우선 유진상가를 철거시키는 방향으로 선택하여 보았다.
이렇게 기존 하천을 드러냈을 경우,
대지경계선의 북쪽 면에 하천이 바로 접하게 되는 모양이 나왔다.
북쪽 경계면의 바깥 지역은 현재 도로와 간이주차장 등으로 쓰이는 고가도로 하부 지역이다.
북쪽면에 바로 접하게 되는 것이 주차장이나 도로가 되는 것이 싫었으므로,
강에 약간의 변화를 주고서라도 하천의 위에 뭔가가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사진설명] 유진상가를 철겨했을 경우에서 나온 여러 스터디모델.
이쯤 해서 회의감이 들었다.
어차피 강을 그대로 내버려 둘 게 아니라면, 구태여 지역의 장소성을 상징하는 유진상가가 사라질 필요가 있었는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는 하천과 건물 모두를 포기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에,
방향을 바꿔야만 할 필요성이 있었다.
#2. 그렇다면 유진상가를 유지한 채 하천만을 드러낸다면 어떨까.
현재의 장소성에 추가로 잊혀져있던 옛 흐름을 다시 불러들이는 작업이 될 것이다.
우선, 하천을 드러내기 위해 유진상가의 전면부 부터 절토를 시작한다.
하천의 깊이까지 절토를 하게 되면, 유진상가 지하의 빈 공간이 외부로 드러나게 된다.
유진상가 하부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철골조 트러스를 추가로 설치한다.
[사진설명]유진상가 하부의 트러스와 시장 광장
원래부터 쓰이지 않던 빈 공간과 새로이 절토한 대지가 만나 거대한 광장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곳으로 인왕시장이 옮겨간다.
역사깊은 재래시장을 제거하지 않으면서, 기존의 유진상가에 존재해 왔던 상가와의 융합이다.
상업지역의 밀집화를 통해 새 흐름을 부여한다.
기존 시장이 있던 위치에는 강이 흘러간다.
상업지역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강을 둘러싼 건물들의 매스는 시장광장으로 수렴하는 형태이다.
중앙으로 밀집하는 형태이면서, 동시에 주변 지역으로의 문화적 발산을 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옛 물길의 흔적을 따라 삶이 새로이 흘러가고,
삶의 흔적 속으로 자연이 스며드는 것이다.
+ 고가도로 하부 공간에 관한 고민.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정중채♡조희 부부홈]
유진상가의 일부는 고가도로의 그늘에 묻혀 있다.
이는 고가도로가 나중에 축조되면서 유진상가의 주거동 일부가 철거된 것인데,
때문에 항상 어두운 이곳의 주거는 상대적으로 다른 또하나의 주거동에 비해 삶에 대한 격차가 형성되어 왔다.
현재 주거동으로 계획되었던 이 곳은 간이 사무실 등으로 변경되어 있는 상태이다.
업무공간이 주거동과 함께 있으면서 둘 사이에 있는 마당을 공유하고 있다.
즉, 업무가 삶의 안식처를 침범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곳을 아예 그늘에게 내어 주자.
물샐틈없이 꽉 들어찬 도시의 틈새에서 어떻게 보면 그늘진 외부의 공간은
도시인들에게 있어 도시형 공원으로서의 녹색 정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곳에 나는 '덜어내기'를 제안한다. 기존 건물의 뼈대 자체가 워낙 튼튼하고 가치가 있는 만큼,
덧씌운 벽들을 덜어내어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자 했다.
거대한 콘트리트 기둥과 판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건물의 역사와 함께하는 어떤 미학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건물 안팎의 벽을 걷어낸 뒤 구조를 보강하고, 뼈대만 남게 된 건물 속에 다시 벽과 바닥을 넣는 방식으로 음지의 공간을 만들었다.
기둥과 보 구조는 그대로 살리고, 내부의 시멘트 벽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그대로 존치한다.
각각의 공간은 주민을 포함한 시민들이 쉬거나 전망터, 및이 새어들어오는 곳에는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밭이나 화단,
외부전시공간 등으로 조성한다.
건물 안과 밖이 이어지는 경계 공간은 나무와 조경들이 들어가 건축과 자연, 외부와 내부, 사람과 건물을 잇는다.
4. 3D 투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