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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출처 : https://youtu.be/IdsQf3xhD3s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김소월, 님에게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김경선, 새들의 본적
새들의 자유는 과장되었다
평생 허공을 날다가
죽어서 귀가 열리는 새들
죽음으로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자유로운 날개 속박이었다
허공의 길
한 번도 그 길을 벗어난 적이 없는
새들의 무덤은 하늘이다
그 아래 우리의 무덤이 있다
땅에 닿지 못하는
새들의 자유는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바람을 등에 업고 바람이 되어 살다가
비로소 허공이 된
새를 받아 안은 하늘무덤을 바라본다
그들의 마지막 유언도
그들을 따라 날아갈 날개도 나에겐 없다
무덤의 문고리를 잡아당기던
한 무리의 새떼가
서쪽하늘로 사라진다
이성부, 익는 술
착한 몸 하나로 너의
더운 허파에
가 닿을 수 있었으면
쓸데없는 욕심 걷어차 버리고
더러운 마음도 발기발기 찢어놓고
너의 넉넉한 잠 속에 뛰어들어
내 죽음 파묻힐 수 있었으면
죽어서 얻는 깨달음
남을 더욱 앞장서게 만드는 깨달음
익어가는 힘
고요한 힘
그냥 살거나 피흘리거나
너의 곁에서
오래오래 썩을 수만 있었으면
이인원, 풀잎마다 총총
난간도 없는 풀잎은
이슬의 무게를 어떻게 견디나
등골이 휘도록
총, 총
들러붙어 있는 이슬들
보다 못한 속눈썹이 그만
총, 총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눈꺼풀도 없는 풀잎은
이슬의 무게를 어떻게 버리나
부질없는 생각만
풀밭보다 넓은 난간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