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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 두려움을 네가 알았을 리 없다
게시물ID : lovestory_879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7/15 07:42:1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mTEqCxSShn4






1.jpg

이홍섭서귀포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머리채 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2.jpg

나희덕마른 물고기처럼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이고 있었다나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비비는 것처럼

너를 적시기 위해 자꾸만 침을 뱉었다

네 비늘이 어둠 속에서 잠시 빛났다

그러나 내 두려움을 네가 알았을 리 없다

조금씩 밝아오는 것이빛이 물처럼

흘러들어 어둠을 적셔버리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자꾸만 침을 뱉었다네 시든 비늘 위에

아주 오랜 뒤에 나는 낡은 밥상 위에 놓인 마른 황어들을 보았다

황어를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나는 너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황어는 겨울밤 남대천 상류 얼음 속에서 잡은 것이라 한다

그러나 지느러미는 꺾이고 빛나던 눈도 비늘도 시들어버렸다

낡은 밥상 위에서 겨울 햇살을 받고 있는 마른 황어들은 말이 없다







3.jpg

유승도큰 손

 

 

 

흙도 씻어낸 향기나는 냉이가 한 무더기에 천원이라길래

혼자 먹기엔 많아 오백원 어치만 달라고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꾸역꾸역오히려 수줍은 몸짓으로

한무더기를 고스란히 봉지에 담아 주신다

자신의 손보다 작게는 나누어주지 못하는 커다란 손

그런 손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아득히 잊고 살았었다







4.jpg

최선준눈뜬장님

 

 

 

이 밤가만히

아내의 안경을 끼어봅니다

눈뜬장님이 됩니다

그랬나봅니다()만 바라보는

꿈만 꾸는 눈으로 사는 그런 남편이 놓친

주위를 살피고

현실을 챙겼나봅니다

슬픔은커녕

우울 한 줄 읽지 못하는 돋보기 너머

흔들리는

괜스레 흔들리는 잠든 아내 얼굴을 보면서

투박한 손길로

수치스런 옷섶으로아내의 안경

살금살금 문질러봅니다

내 얼룩 닦아봅니다







5.jpg

고정희소외

 

 

 

최후의 통첩처럼

은사시나무 숲에 천둥번개

꽂히니

천리만리까지 비로

쏟아지는 너

​​나는

외로움의 우산을

받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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