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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오래된 일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79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7/12 08:06:0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2c9pAABqjLQ






1.jpg

이문재사막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2.jpg

강가애순간이 아찔하다

 

 

 

자두나무 아래 무성한 잡초를 낫질하는

순간이 아찔하다

 

개망초 줄기와 다리 사이에 얹혀 있는

숨겨둔 집 한 채

풋자두 같은 새알 서넛 놓여 있다

 

까만 눈알의 어미새

안절부절못하고 낫을 주시한다

 

힘든 수레를 밀고 가는 자두밭엔

하늘로 떠난 아버지의 열매 꽉 차고

두어 개의 새알은 빛을 잃었다

 

한 방울의 눈물도 부화시키지 못한 어미새

개망초꽃은 눈치없이 사방댄다

 

자두밭은 붉어가는데

노을의 눈빛은 참을 수 없었다

 

모두들 손가락질 해대지만

어미새는 아찔함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3.jpg

강승남저녁별처럼

 

 

 

가난하던 어린 날엔 궁금한 것도 많았지

 

꽃들은 왜 피었다 지는지

가을밤엔 기러기들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나는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어두워진 후에야 어렴풋이 알겠네

 

모든 것들은 다만 이 세상이 궁금해서 왔다가

또한 저 세상이 궁금해서 가는 것

 

마음을 지닌 것들은 본래가 궁금한 것임을







4.jpg

이설야홀로 가는 길이란 없다

 

 

 

아무도 길을 가지 않을 때 길은 홀로 있다

내가 길을 떠나지 않으면 나는 홀로 있다

홀로인 내가 홀로인 길을 갈 때

길도 나도 홀로가 아니라

동행하는 다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홀로인 나여홀로 있지 말고

어서 길을 떠나라

홀로인 길을 데리고

산 넘고 물 건너 멀리멀리 떠나라







5.jpg

곽재구여뀌꽃밭에 사는 바람

 

 

 

여뀌꽃밭에 사는 바람은

키가 작고

얼굴도 작고

손도 작아서

내가 그이의

작은 손을

가벼이 잡을라치면

마른 풀밭 위

무릎을 접어야 하는데

그때쯤엔

그이 또한 환히 웃으며

내 눈썹 위

어린 초승달 하나를 띄우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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