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망정동 A 씨는 지난달 말경 영천시 야사동에 위치한 한 S 유통(중·대형 슈퍼마켓, 소매점)에서 롯데칠성음료 캔커피('레쓰비')를 구매했다. 구매한 제품에는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없다'는 문구가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영수증에는 '레쓰비마일드 캔 175mL'로 적혀있고 가격은 한 개당 350원이었다. 그러나 A씨가 받아든 제품은 분명 용량이 150mL이어서 "불쾌하다"며 매장 점원에게 항의했으나 "수 년 전부터 그렇게 판매해 왔다"는 점원은 알아서 하라는 태도였다.
▲ 영수증 따로 제품 따로.... S 유통에서 영수증에는 175mL를 표시하고 제품은 150mL를 판매해 말썽을 빗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다른 농·축협할인점에서 늘 175mL 레쓰비를 300원에 구매했던 터라 영수증에는 175mL로 표시하고 제품은 150mL를, 그것도 50원이나 더 비싸게 산 것이 억울했다. 이 때문에 A 씨는 영천시에 단속해 달라고 항의를 했으나 영천시 생활경제교통과와 사회복지과에서는 "포장제품도 아니어서 단속할 근거가 없고 또 단속 대상도 아니다"는 답변만 들었다.
할 수 없어 A 씨는 롯데칠성음료 소비자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억울함을 하소연 했으나 이 관계자의 답변은 더 가관이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전략 하나로 용량을 달리해 판매처를 노래방, 주유소 등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제품의 성분, 포장, 생산라인 모두 같으며 단지 용량만 다르다. 불법이 아니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당 판매처를 알려주면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가치훼손을 막기 위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더군다나 자유가격(최종 판매자가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제도) 관련해 "기업과는 아무 연관이 없으며 가격문제는 구매처에 따져보라"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지역의 대부분 소비자는 "아직도 이러한 도덕적 잣대로 소비자는 외면한 채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 마케팅이 존재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소비자가 엉뚱한 제품을 그것도 더 비싸게 샀는데도 어느 기관도 이를 통제할 명분도 법·제도도 없다니"라며 행정당국의 무성의를 맹비난했다.
또다른 시민은 "비단 레쓰비 캔커피뿐만이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이 같은 방법으로 유통채널을 통제한다지만 실상은 법망을 교묘히 이용한 상술이다. 더는 소비자가 우롱당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아제약의 박카스도 이와 비슷한 유통형태를 보이고 있다.
▲ 박카스-D 유통할인점 판매 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동아제약의 박카스-D가 버젓이 한 마트(영수증)에서 판매되고 있어 당국의 지도가 필요해 보인다.
박카스는 2011년 의약외품으로 전환되어 편의점과 대형할인점에서 판매가 허용됐다. 그러나 동아제약이 지난 8월 초 박카스 D는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박카스 F만 가격을 기존 7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하자 소비자들은 일반상점이 약국보다 비싸다는 인식을 가졌다. 이 때문에 일부 편의점과 대형할인점에서 약국 판매용인 D를 입점해 판매하고 있는 실정. 박카스의 경우는 100mL 약국용(D, 500원)과 120mL 편의점용(F, 800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피로회복을 도와주는 자양강장제로 알려진 박카스에는 카페인과 타우린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있다. 타우린 함량이 차이 때문에 박카스-D는 약국용으로 분류해 놓았다. 하지만 슈퍼마켓에서 누구나 쉽게 D를 살 수 있어 반드시 규제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시의원은 "지금은 70~80년대 제품이 없어 판매하지 못했던 시절이 아니다. 컨슈머(소비자가 생산에까지 기여하는) 세상. 기업은 제품 새 단장, 품질개선 그리고 A/S 등 건전한 방법으로 경쟁하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