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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접
게시물ID : panic_879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요일짖는개
추천 : 25
조회수 : 8545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6/05/21 0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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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진짜 오랜만에 길게 써보네요...! 

열심히 썼으니 재밌게 읽으신다면 대...댓글....아...아니에요...(쭈글


아무튼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주의


욕 있습니다.
불쾌한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하반신을 시작으로 온 몸을 징징 울리는 피로감과 불유쾌한 축축함에 눈을 뜬다.
그리고 깨닫는다. 오늘도 또 귀접이 있었구나하고.





"아.....젠장.."



이 망할 귀접은 왜 이리 생생한거야.








_









귀접.

사전적인 의미로는 귀신과 인간이 단순히 접촉하는 것을 뜻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색귀와 인간이 교접하는 의미로 쓰이곤한다.


혜진의 경우는 후자였다.


대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혜진은 처음으로 '귀접'을 겪었다.
일단 아팠고, 감촉도 불분명했다. 다만 무언가가 제 위에서 움직이고 헤집는 것은 확실했다.
이미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 혜진은 그 귀접이 끝나고 아침에 정신을 차려보면 
하반신의 묘한 감각이라던가, 땀 때문에 축축한 이불에 의문을 가졌다.
땀은 그렇다쳐도 뻐근한 몸의 감각은 알고있던 것이었다. 귀접은 귀접. 귀신은 귀신.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이렇게 감각이 생생한가? 혜진은 고민했다. 여러가지로 알아보았지만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귀접에 대한 까페도 가입해보았지만 혜진같은 경우는 잘 발견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전화상담을 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혜진은 욕구불만인가 싶어 남자친구를 사귀고 잠자리를 가진 적도 있었다.
뭐 그럼에도,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어번 꼴로 귀접현상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_







'....왜 저래?'




혜진이 자신의 친오빠에게 의뭉스러운 점을 느낄 즈음은 이미 귀접을 겪은지 몇개월은 지난 뒤였다.
원래도 소심하고 의기소침한 제 오빠가 눈에 띌정도로 움츠러든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말만 걸어도 움찔하고 눈도 못 마주치고...원래도 히키코모리였지만 요즘 정도가 심하네...'



혜진의 오빠는 소심했다. 학생시절엔 괴롭힘도 당하는 듯 했다. 혜진이 봐도 만만한 타입이긴 했다.
작은 체격에 더듬거리는 어투, 작은 목소리...

2살 차이나는 제 오빠를 혜진은 무의식적으로 얕잡아보고 한심하게 여겼다.


'남자가 패기가 없어요, 패기가...뭐 아빠 영향도 크지만..'


혜진의 집은 굉장히 가부장적이었다.
사실상 폭군이라 불릴 정도로 난폭하고 권위적인 사람이었으니.
다정할 때도 많았지만 변덕스럽고 자주 폭력적이었다.


그 최대 피해자는 혜진의 오빠였고, 아마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리라.
다행스럽게도 혜진은 여아여서 상대적으로 이쁨을 받고자란 편이었다.



'.....아무튼 수상해...나한테 뭐라도 잘못한거 마냥...'



'알고보면 귀접의 정체가 오빠라던가...와, 개끔찍하다. 상상하는 것 만으로 토할 것 같아...존나 19금 동인지세요..
 으, 오빠한테도 미안하네. 이런 더러운 상상해서....죄송요, 오빠님.'



'....사람은 의외로 얼토당토않는걸 상상하기도 하는구나. 으, 자신을 부정하고 싶다...'



별에 별 생각을 하는 혜진이었지만, 진심으로 의심을 하진 않았다. 되려 그런 상상을 한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이틀 뒤 저녁의 노골적으로 수상한 태도만 아니었다면.






_










"오빠."


"..으,응?"


"아빠 없이 둘이서 저녁먹는거 오랜만이네."


".....어어, 그, 그러게."


"뭐야 김빠지게. 그냥 그렇다고. 아, 그러고보니까 그...귀접이란거 알아?"


".......응?"


"귀접말야 귀접, 귀신이랑 그거 하는거. 오빠 들어본 적 있어?"



쨍그랑!


".....뭐야, 왜 그렇게....놀래....? 숟가락까지 떨어트리고..."



".......나,난..잘 몰라..!!"



"..누가 뭐래? 내가 오빨 때리기라도 한대..? 왜 그래 진짜. 요즘 유독 심한거 알아? 내가 무슨 성추행범도 아니고
 말만 걸어도 움찔, 눈도 못 마주치고...."


힐난하듯 말하다 달달 떠는 꼴을 보니....아이고 저 화상..


"..요즘 뭐 고민거리라도 있어? 상담이라도 해줘?"



"그,그,그.....그게...그.....그게....그....흐...하....훕..."



".......뭐야...오빠 울어....?!"



진짜 왜 이러는거야...? 뭔가를 무서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체 뭘? 무슨 큰 죄라도 지은 마냥...



....귀접이란 단어에 크게 반응했지. 숟가락 떨어트리기라니,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그냥 아무 생각없이 물어본건데. 
....그러고보니 이틀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지. 알고보니 귀신이 아니라 범인은 오빠! 뭐 이런 저질스러운 상상.


............에이.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말도 안돼. 저 인간이? 저 소심찌질화상이? 아니지. 진짜 말도 안돼.

근데.....태도가 너무 수상하잖아...아냐,아냐,아냐,아냐,말도 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말도안돼.





"그, 그게...있잖...흐...아..흑..."



"뭐야, 뭔데.....진짜 뭔데......뭐냐고 진짜..!!!!"



가슴을 기분나쁘게 찔러오는 감각이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조급하고, 불안하고, 무서웠다. 뭔데. 그 입으로 뭘 말할 생각인데....
근친상간...? 가족간의 성폭행...? 그게 뭐야...아냐...말도 안돼....미친거아냐...?



"뭐냐고!! 뭔데 씨발 진짜!!!!"






띠디디디디딕-.





"!"

"!"



쾅쾅 뛰는 가슴에 얼음물을 꽂아 넣는 듯 도어락을 푸는 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


'...아빠가 왔네...그리고....'


다시 오빠를 돌아보니 덜덜 떨며 식은 땀을 흘리는 꼴이 가관이었다.


아니라고 믿고싶지만...정말 오빠가 날 자는동안 강간해온건가? 하하, 말도 안돼. 씨발.씨발.씨발...아냐....






"............"

"............"








"..분위기가 왜 이래? 밥 먹다 싸웠어?"




"...아니요, 안 싸웠어요. 잘 먹었습니다."




의아해하는 아빠를 외면한 채 반정도를 먹은 밥그릇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움직여 겨우 침대에 누웠다.


'진짜 미친 것 같지만, 안 믿기고 상상도 안가고 너무 싫고 더럽고 개같지만...
지금까지 귀접이라고 생각한게 오빠였다고...?'


'......꿈이라고 믿고싶다......구역질나....하....'


아까는 어리벙벙해서 실감을 못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정말 현실이라면......



"....욱..!!우욱!!!"



토할, 토할 것 같아. 더러워.더러워.더러워.더러워....씨발.씨발.미친새끼.싸패새끼.지동생한테그런짓을하고싶나씨발범죄자새끼....




다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게워내며 혼미한 정신으로 가장 먼저 할 일을 생각했다. 샤워. 당장....씻고 싶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싫었지만 정신은 또렷했고 기분은 매우 씨발스러웠으며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았다.
차갑게 식은 손발. 흐르는 식은 땀. 놓고싶은 정신.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그저...그저 씻고 싶었다. 씻어내고 싶었다. 









그날 밤, 귀접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용하고 고요한 죽음같은 밤이었다.











-














혜진은 제 오빠를 앞에 두고 가라앉은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김하진."


"......"


"대답하지?"


"......응."



"귀접, 그 때 이 단어에 엄청 크게 반응했지. 나 몇개월 전부터 귀접이란거 하고 있어. 감각도 엄청 생생해."


"........."


"밤에 내 방 온 적 있어? 내가 혼자 뒤척거렸어? 이상한 짓 했어? 아님 뭐 귀신이 내 위에 올라타있기라도 했어? 아님..."



고요조차 입 막을 침묵이었다. 혜진은 떨리는 숨을 가다듬으며 입을 다시 열었다.



"....그 귀신이 오빠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혜진의 오빠 김하진은 덜덜 떨기만 했다. 아니라고도, 맞다고도 하지않았다. 
그저 미안하다고 고장난 앵무새처럼 중얼거릴 뿐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새파랗게 질린 오빠를 보며 
혜진은 불같이 화를 내며 추궁하기도 하고, 엉엉 흐느끼며 애원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또렷한 답은 없었다. 그래서 미칠 것 같았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말 인정하고 싶지않았지만 귀접의 정체는 오빠였구나 하고 혜진은 잔인한 현실을 체감했다.





"......김하진, 오빠."



두 사람이 한 방에 앉은지 몇시간이 지난 뒤였다. 눈물을 뚝뚝 흘리던 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더럽고 화나고 역겹고 무서운데...뭘 어째야할지 모르겠다. 죽이고싶기도 한데....근데...대체 왜인진 모르겠는데...."


..오빠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해. 입밖으로 꺼낼 순 없지만.


"하.....됐어.....됐고.....오빠랑 같은 공기 마시기 싫어. 유학을 가든 독립을 하든 어디든지 가버려. 이 집에서 나가. 강간범이랑 같이 못살아."






그걸 마지막으로 혜진은 벌떡 일어났다.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일주일 줄테니까 알아서 나가. 내 눈에 띄지도 말고. 말 걸면 신고할거야 강간죄로."




한계였다. 혜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방문을 쾅 닫고 나왔다.






_





아빠로부터 오빠가 뉴질랜드로 유학을 간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3일만에 유학을 간다는 말을 들으니 어안이 벙벙했다. 
이상했다. 그걸 아빠가 전해준다는 사실도. 아빠가 아무것도 묻지않는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거기까지 유념할 정신이 없었다. 그저 안도했다. 더 이상 안 만나도 돼. 생각하지않아도 돼. 
잊자. 잊는거야. 나쁜꿈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안 좋은 기억들을 잊는건 특기니까.





이틀 뒤, 오빠는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탔다. 역시 마중까지 나가지않으면 이상하니 아빠와 함께 공항으로 마중을 갔다.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못하고, 의기소침한 자신의 오빠. 목도리로 칭칭 감은 뺨이 언뜻 푸른 듯도 싶었지만
돌아서서 비행기를 타러 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보며 기분탓이겠지 생각했다. 



오빠가 탄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유리창으로 바라보았다.




됐다. 이걸로 되었다. 이제 되었다. 됐다. 끝났다...










혜진은 힘이 쭉 빠지고 기진맥진한 몸을 차에 구겨넣어 집에 돌아왔다.





"아빠, 나 오늘 저녁은 안 먹으면 안될까요..? 입맛이 없어서..."


"밥은 먹고자라."


"..네, 알겠어요."



혜진이 중학교를 올라갈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안일은 가족끼리 두루두루 돌아가며 해왔다.

의외로 요리실력이 괜찮은 아빠덕에 초반에는 아빠가 주로 식사를 차렸다. 오빠는 요리에는 영 소질이 없어 청소를 주로했고.
혜진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요리를 하게 되며 혜진이 주로 상을 차리게 되었다.



'뭐, 일주일에 두어번은 아빠가 차려주지만.'




식사는 언제나와 같이 적당히 맛있었다.
막상 입에 넣으니 음식이 잘 넘어가 한그릇을 뚝딱 비운 혜진은 간단히 씻고 드디어 방에 들어가 누웠다.




"이제 진짜...됐어. 잘거야..."





금세 쏟아지는 졸림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잠에 들려하던 혜진의 눈에 뭔가 왔는지 반짝이는 폰화면이 비춰졌다.



'카톡인가..? 문자...? 아, 몰라 잘거야. 내일 확인...해봐야...'




그것을 끝으로 죽음과도 같은 수마가 혜진을 꿉꿉히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날 밤, 혜진은 귀접을 겪었다.











_








"........왜...?"






나른하고 불쾌한 몸을 일으켰다. 왜 또 귀접을...? 정말 그냥 귀접이었나? 범인이 오빠가 아니었다고? 그냥 귀접이었단거야?


그럼 그 반응은. 오빠의 그 수상쩍고 확고한 반응은 뭘로 설명해야 한단걸까.




"하.....뭔데....진짜....."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생각해도 영문을 모르겠다. 그 때 폰이 시야에 들어왔다.


습관처럼 폰을 집어 밀렸던 톡과 문자를 확인했다.


톡, 뭐 별건 없네. 으, 단톡방 쌓인거봐.....문자는 두개 와있네? 발신인은......




"아 진짜...." 




...오빠였다.





"확인하기 싫다, 진짜..."



안 볼래. 안 봐. 안 봐. 학교 갈거야.









_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혜진이 착잡한 시선으로 폰을 노려봤다. 흡사 판도라의 상자다.

문자가 무슨 내용일지 궁금한 마음과 보고싶지 않은 마음이 치열히 싸워댔다.


".........아으...."



'....그래, 그냥 시덥잖고 비굴한 사과만 가득할지도 모르잖아...?'



'눈 딱 감고 확인해보자, 김혜진.'






'....으으!'





혜진이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수신문자를 눌렀다.




[오빠]

[10월 13일 오후 9:33]

[혜진아. 정말 미안해...미안해....미안...미안하다....날 용서하지마....미안해....미안....
 너무 무서웠다...내가 너무 한심하고 더러워...미안하다....나 같은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줘...미안하다...미안....정말....]






"뭐야, 진짜 시덥잖은 사과잖아...괜히 걱정했...."



[오빠]

[10월 13일 오후 9:38]

[근데...혜진아...나...널 강간하지 않았어....내가 한게 아니야...
 미안....미안해....미안하다....이런 오빠라...이런 병신같은 놈이라....미안해....미안...]





"........무슨 소리야. 강간을 한게 아니라니."




무슨 병신같은 소리야..이렇게 확실한데.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 그 태도는 뭐였는데....그럼.....어제 겪은 그 귀접은....뭐였는데.....








똑똑.




"!"




"혜진아, 저녁 먹어라."




".....네."






오늘도 아빠가 밥했구나.



.....왠지 기분이 불안했다. 뭐지? 내가 뭔가 놓친게 있나?


.............
....다이어리. 다이어리. 최근엔 잊었지만 귀접을 겪을 때 마다 다이어리에 기록을 해뒀었지.




다이어리를 펼치는 손이 덜덜 떨렸다.



6월 15일, 19일, 26일,-.....8월 25일,26일, 9월 4일-....최근, 최근 날짜.




10월 2일, 5일. 

....그리고 어제, 14일....





이 날짜들에 저녁 식사를 누가 차렸었더라...? 기억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8월 26일, 혜진의 생일. 이 때는 확실히 아빠가 차려줬었다.



하하, 설마....



그냥 우연이겠지...우연, 우연....우연..우연일거야. 아빠도 요리를 자주 해준다. 겹치는게 당연하다. 안 겹치는게 더 이상하다.
....나도 참, 오빠가 또라이지 아빤 아냐. 절대 아냐..말도 안되잖아....




그냥 빨리 밥 먹고 잠이나 자자. 머리 아파. 깨질 것 같아.....





....그런데 왠지,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_









"와, 오늘은 닭도리탕이네요."


"신경 좀 썼다. 요즘 기분 안 좋아보이길래."


".....고마워요 아빠."


"고마우면 많이 먹어라."


"응, 잘 먹을게요."






닭도리탕은 맛있었다.

혜진은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울렁거리는 심장을 무시하며 식사했다.

그리고 찌르는 듯한 두통에 대충 몸을 씻어내고 빨리 침대에 누웠다.

더 이상 생각자체를 하고싶지 않았다.

잠은 너무나도 쉽게 혜진을 덮쳤고 여태까지 그래왔듯 혜진은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









꿈을 꾸었다. 단편적인 조각들이 스치듯 뇌를 헤집고 사라졌다.
흉터, 누구의? 오빠? 상처? 엄마? 피, 울음소리, 피, 오빠, 얼얼한 감각, 널브러진 오빠, 울고 있는 오빠, 피, 오빠에게서? 
엄마, 우는 엄마, 매달린 엄마, 흐르는 피, 눈물, 피, 액체들, 악취, 고통, 아픔, 그리고 그 뒤엔......누구?

기억의 조각들이 흘러지나간다. 보이지않게 꽁꽁 싸매뒀던 악몽이 비웃듯 날 괴롭혀, 흘러, 지나쳐, 사라져.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숨을 참는다. 조각은 날을 세워 나를 찌르려하지만 이내 가루가루 되어 덧없이 사라진다. 
괜찮아. 다시 잊게 될테니까. 
특기니까, 그런거.















하반신을 시작으로 온 몸을 징징 울리는 피로감과 불유쾌한 축축함에 눈을 뜬다.
그리고 깨닫는다. 오늘도 또 귀접이 있었구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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